“재난지원금, 바로 임대료로 빠져”…3차 지원금에 자영업자들 '희비'

"가뭄의 단비 같은 지원금…일단 환영" 의견
"월 피해 수천만원 채우기엔 부족" 지적도
"'임대료 멈춤법' 등 입법 통해 해결해야"
  • 등록 2020-12-29 오후 5:49:07

    수정 2020-12-29 오후 5:54:38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정부가 2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소상공인 추가 지원 방안을 발표하자 자영업자들은 우선 환영한다면서도 가장 부담이 큰 임대료를 해결하기에 벅찬 수준이라며 지원 규모나 내용에는 아쉬움을 밝혔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가뜩이나 손님이 없는데 임대료와 인건비까지 ‘삼중고’의 부담이 커, 단기적인 자금 지원 대신 영업을 할 수 있는 환경 조성과 실질적인 임대료 지원 대책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서 열흘간 5인 이상의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하루 앞둔 22일 오후 서울 중구 한 식당에 테이블의 간격을 띄워 4개의 의자를 배정해 놨다.
소상공인 3차 지원금 “환영하지만…장사할 환경이 우선”

정부는 29일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집합금지 업종과 제한 업종에는 각 300만·200만원, 매출이 감소한 연 매출 4억원 이하 소상공인에게는 100만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을 지난 5월 1차로 국민 전체 4인 가구 기준으로 최대 100만원(14조3000억원)을 지급했으며, 9월 2차(7조8000억원)에 이어 이번 3차(9조3000억원)는 소상공인과 고용취약계층에 맞춤형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부장은 “일괄 지급으로 신속한 지원이 이뤄지게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집합금지 업종과 제한 업종, 일반 업종 모두 임대료나 관리비 등 급한 불을 끄고 꽉 막혔던 숨통을 틔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지원금의 실제 효과에 대해서는 업종별로 의견이 분분했다. 서울 광진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재성(33)씨는 “식당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한 1차 긴급재난지원금 효과가 영업상 더 좋았다”며 “2차에 이어 3차도 재난지원금을 받게 됐는데 단순하게 생각하면 당장 돈이 들어와 좋지만, 임대료에 관리비, 직원들 월급 주고 생활비까지 하면 그걸로 버티는 건 한 달 정도”라고 말했다.

오호석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코로나19 이후 가장 먼저 집합금지를 당한 최대 피해 업종임에도 ‘사치 업종’으로 인식되고, 정부는 ‘사회 통념상’ 곤란하다는 이유로 지원을 제대로 못 받았는데 그나마 3차 지원에는 자영업자, 소상공인 지위를 회복하게 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반겼다. 정부는 지난 9월 2차 지원에서 집합금지업종은 매출 규모와 상관 없이 일괄 2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는데 유흥주점, 콜라텍 등 무도장 운영업은 제외한 바 있다.

서울 중구에서 국숫집을 운영하는 A(40)씨는 “모두가 어려운 상황 속에 재난지원금은 가뭄의 단비”라면서도 “방역은 방역대로 강화하고 운영시간과 인원수 제한을 받으니 ‘조삼모사’ 수준으로밖에 와 닿지 않는다. 차라리 정부 지원으로만 급한 불을 끄기보다 정상적으로 장사할 여건이나 시스템을 만들어 주는 게 낫다”고 언급했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크리스마스 하루 앞둔 24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일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장사도 못하는데…고정비 중 임대료 부담에 막막

집합금지 업종과 제한 업종 할 것 없이 소상공인들은 임대료 부담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이번 대책에 저금리(1.9%)로 임대료 대출을 해 주는 방안이 포함됐기는 하지만 매달 임대료와 관리비는 꼬박꼬박 내야 하는 상황을 개선하기에는 본질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소상공인이 입은 피해를 보상하기에는 전반적으로 미흡한 부분이 있다”며 “임대료 지원에서는 후속적인 대책이 뒤따르길 바란다”고 밝혔다.

국숫집을 운영하는 A씨는 “임대료는 임차인의 선의에 맡겨 놓아 혜택을 보고 안 보고는 어떤 주인을 만나느냐에 달렸다”며 “우리도 건물 주인이 2개월간 (납부를) 유예해주기로 했지만, 시기만 조금 미뤄졌을 뿐 언젠가는 내야 하는 빚이라 크게 피부로 느껴지진 않는다”고 고개를 저었다.

대출이 여의치 않은 업종은 불만의 목소리가 더욱 크다. 오 위원장은 “재난지원금을 받아도 밀린 임대료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결국 대출인데, 유흥업은 정부의 저금리 지원 혜택을 못 받아 결국 고금리 사채시장에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어 벼랑 끝에 몰린 업주 3명이 목숨을 내놓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서울 영등포역 부근에서 당구장을 운영하는 박창근(60)씨는 “영업이 중단된 상황에서 받는 재난지원금은 임차인에게 고스란히 갈 뿐”이라며 “‘임대료 멈춤법’ 등 입법으로 임대인의 고통 분담을 제도화해야 지원금이 임차료로 빠져나가지 않고 그동안의 손해를 만회하는 데 쓰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집합금지 조치 장기화에 따라 해당 업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은 차별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현재 수도권에 시행 중인 거리두기 2.5단계에서 집합금지 업종은 유흥주점과 헌팅포차 등 유흥시설·노래방·헬스장·당구장·스키장·썰매장 등이고 집합제한 업종은 식당·카페·PC방·공연장·미용실·마트·학원·독서실·오락실 등이다.

서대문구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B씨는“마스크를 안 쓰는 식당 같은 곳은 시간을 제한받긴 하지만, 그래도 영업이라도 할 수 있지 않나”라며 “손님들에게 마스크를 꼭 착용토록 강조하는데도 생활체육시설은 영업 자체를 금지하는 게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지금의 분위기가 내년 백신 접종 시기까지 길어질 가능성이 큰데 업종별로 정확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얘기다.

광진구 고깃집 사장 김씨는 “일단 장사가 하기 싫어지는 상황이 문제인데 사람들이 밖을 안 다니니 손님이 없고, 매출이 떨어지고, 그러다보니 어쩔 수 없이 함께했던 직원들도 그만둘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며 “가게 사장들은 소상공인 혜택이라도 받지만, 특히 아르바이트생들은 실제 지원책이 없어 더욱 사각지대에 놓인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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