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막자”…한국당의 ‘신박’했던 투쟁 순간들

김재원, 정개특위서 독자적인 ‘기표소 점거농성’
‘채이배 7시간 감금’도 시작은 즉흥…얼결에 문 봉쇄
선진화법 발맞춘 의사과·의안과 점거농성도
  • 등록 2019-04-30 오후 5:40:50

    수정 2019-04-30 오후 5:40:50

지난 29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자유한국당 김재원 의원이 투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등 여야4당이 선거제 개편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안 등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키로 합의한 지난 23일부터 일주일여 자유한국당은 국회에서 강력한 저지 농성을 벌였다. 특히 한국당은 국회선진화법을 넘나들며 ‘신박’(신기하다는 의미의 신조어)한 투쟁 방식을 선보이기도 했다.

30일 자정을 넘긴 시각,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선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 개편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무기명투표가 시작됐다. 간사인 장제원 의원은 한국당 의원들에게 “투표하지 말고 그대로 있으라”고 했지만, 같은 당 김재원 의원은 기표소로 직행했다. 이후 10여분 동안 독자적인 ‘기표소 점거농성’이 벌어졌다. 정개특위 위원장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김 의원이 손이 떨려서 투표를 못한다고 하는데, 빨리 나오라”고 독촉했다.

사태를 뒤늦게 파악한 한국당에선 “기다려달라. 고민이 많으신가 보지”(정유섭) “투표를 할 수 없으니 기표소를 하나 더 만들어달라”(장제원)면서 시간끌기 작전에 동참했다.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의사과, 의안과에 상임위장에 이젠 기표소까지 점거하나. 아주 맛들였어”라고 혀를 내둘렀다. 김 의원의 기표소 점거는 심 의원의 투표 종료 선언으로 끝났다.

지난 26일엔 한국당 의원들의 채이배 바른미래당 ‘7시간 감금 사건’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김재원 의원의 농성과 마찬가지로, 당초 계획된 원내 전략이 아닌 즉흥적인 대응이었다. 당초엔 채 의원과 대학 동문인 이양수 한국당 의원이 이만희 의원과 함께 국회 사법개혁특위 위원으로 보임된 채 의원을 설득할 요량으로 의원회관 방을 찾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 소식을 듣고 한국당 의원들이 하나둘 채 의원의 방으로 집결했다. 얼결에 한 중진 의원의 아이디어로 출입문을 의자로 막는 ‘감금’이 시작됐다. 사개특위 회의 참석을 막으려던 시도였다. 채 의원이 창문을 통한 탈출까지 고민하면서 시간이 흐르자 이 중진 의원은 나경원 원내대표와 통화한 뒤 출입문 봉쇄를 풀어줬다.

‘동물국회’ 논란을 불러낸 의사과, 의안과 점거농성은 물리력을 쓴 육탄저지란 면에서 새롭지는 않은 투쟁방식이다. 그러나 점거장소가 이례적이다.

한국당이 지난 25일 저녁부터 26일 오전까지 이 두 군데 사무실을 점거한 건 국회선진화법 때문이다. 의사과는 공수처법안을 위해 바른미래당에서 사개특위 위원 사보임 문서를 내야 했던 곳이고, 의안과는 여야4당에서 선거법안과 공수처법안 등을 제출해야 했던 곳이다. 선진화법으로 패스트트랙 제도가 생겼고, 상임위에선 ‘쪽수’가 부족한 한국당이 상임위 위원 교체와 법안 발의 자체를 막으려 무리수를 둔 것이다.

과거엔 상임위장과 본회의장 점거농성이 흔한 풍경이었지만, 선진화법에 발맞춰 점거 ‘거점’을 바꾼 셈이다. 한국당은 법안의 ‘팩스’ 제출도 막으려 아예 팩스도 부숴버렸지만, 민주당이 제도 도입 후 처음으로 쓴 ‘전자 입법지원시스템’이란 ‘묘수’에 뚫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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