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밀가루야 채소야?”…채식의 新문화 ‘야채 면’

밀가루 대신 채소로 파스타 요리 즐겨
옥소·락앤락 등 회전식 채칼 제품 판매 늘어
글루텐프리 시장 2020년 79억달러로 성장할 것
  • 등록 2019-01-07 오후 7:32:15

    수정 2019-01-07 오후 7:34:37

인스타그램에서 공유되고 있는 야채면 조리법과 요리 (사진=인스타그램 ‘야채면’ 해시태그)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돌돌돌’ 기계를 손으로 잡아 돌리면 형형색색의 길쭉한 면발이 뽑아져 나온다. 끓는 물에 삶은 면은 파스타가 되기도 하고 라멘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이 수제면은 밀가루를 단 0.1g도 넣지 않고 오로지 야채만으로 뽑아낸 ‘야채면’이다.

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웰빙 열풍에 따라 야채면 등 글루텐 프리(Gluten-Free)면이 인기를 끌고 있다.

기존에 야채면을 떠올리면 당근이나 브로콜리 등을 갈거나 착즙한 액상 상태로 밀가루와 섞어 만든 형태였지만, 밀가루 반죽 없이도 야채만으로 면을 만들 수 있다. ‘돌돌 채칼’이라 불리는 스파이럴라이저, 슬라이서 등 채소와 야채를 길쭉하게 뽑아낼 수 있는 기계만 있으면 가능하다.

야채면이 최근 2~3년 내 인기를 끌게 된 것은 질환으로 밀가루를 못 먹거나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야채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야채면을 만드는 과정을 하나의 ‘놀이’로 인지하고 흥미를 느껴 젊은 주부들 사이에서 조리법이 공유될 정도로 인기다.

옥소의 스파이럴라이저 (사진=옥소)
또 2030세대 직장인들 사이에서 ‘야채 도식락’이 인기를 끌고 있다. 야채로 만들 수 있는 메뉴도 스파게티, 라멘부터 밥 대신 야채를 넣은 야채 김밥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아삭한 식감이 살아 있는 애호박이나 당근은 파스타, 스파게티 요리하기에 적합하다. 데치거나 삶지 않고 생으로도 즐기기에 좋은 양배추는 야채 김밥으로 제격이다. 오이는 길게 뽑아 냉국과 함께 즐기거나 비빔면을 해먹어도 좋다.

야채면 조리법은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유행처럼 번졌다. 지난해 여름엔 소녀시대 윤아가 한 TV 예능프로그램에서 야채면 국수를 해먹는 장면이 방송을 타면서 ‘스파이럴라이저’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야채면이 인기를 얻자 가정용 제품들의 출시와 판매도 늘었다. 야채면을 만들 수 있는 기계를 가장 먼저 선보인 것은 미국의 주방용품 브랜드 옥소(OXO)다. 옥소는 지난 2016년 세 가지 칼날로 각종 채소와 야채를 다양한 모양으로 자를 수 있는 스파이럴라이저를 출시했다. 3가지 색상의 다른 칼날을 갈아 끼워 야채를 원하는 모양으로 잘라낼 수 있는데, 녹색 칼날은 스파게티 면 모양으로, 오렌지색 칼날은 페투치니 면 두께로 만들어준다. 파스타 등 다양한 요리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미국에서는 출시 1년 만에 100만대가 판매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옥소 제품은 ‘굿그립 3-블레이드 핸드스파이럴라이저’와 ‘굿그립 핸드 스파이럴라이저’ 2종으로 전체 카테고리에서 매출 3위를 차지할 정도로 베스트 아이템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락앤락 다용도 채칼 (사진=락앤락)
락앤락에서 지난해 3월 출시한 다용도 채칼 역시 판매량이 늘고 있다. 락앤락 다용도 채칼은 슬라이스와 채썰기 기능을 동시에 갖춰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호박이나 당근 등 재료를 양쪽 홀더에 고정한 뒤 손잡이를 돌려주면 손질된 재료가 반대편으로 떨어진다. 덕분에 재료를 손질할 때 들어가는 힘은 물론 시간까지 절약할 수 있다. 칼날도 2mm부터 7mm까지 총 4가지 종류로 구성돼 필요에 따라 선택해 장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온라인 쇼핑몰 ‘락앤락몰’의 판매량을 살펴보면 지난해 5월 한차례 품절 현상을 일으켰으며 두 달 새 약 4배 정도 판매량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락앤락 관계자는 “건강이나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근 채소를 활용한 요리가 사랑 받고 있다”며 “예능, 요리 등 각종 TV 프로그램 등에서도 락앤락 다용도 채칼이 주목 받았으며 높은 편의성으로 주부뿐 아니라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야채면 등 글루텐프리 식품 시장 규모는 계속 커질 전망이다. 전 세계 글루텐프리 시장은 2015년 33억 달러(3조7000억 원) 규모에서 2020년 79억 달러(8조88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도 최근 글루텐프리 제품 관련 규정이 생겼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10월 ‘락토프리 및 글루텐프리 한국산업표준안’을 마련하고 글루텐프리 제품을 글루텐을 20㎎/㎏(20ppm) 이하로 제거한 가공식품으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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