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의 '밤편지' 촬영지..부산 느린여행 문화공간

  • 등록 2018-03-29 오후 5:26:09

    수정 2018-03-29 오후 5:26:09

[이데일리 트립in 심보배 기자] 적산가옥이 재탄생해 새로운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일본이 물러나면서 일본인이 소유한 건물들이 부산, 목포, 군산, 순천, 서울 등에 분포되어 있다. 오래된 적산가옥을 재생해 카페나 게스트하우스, 관광지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부산광역시 동구 수정동에 위치한 수정은 1943년 섬유공업 및 무역회사의 중역을 역임한 다미다미노루가 세웠고, 일본 무사 계급이 사용한 서원 건축 양식인 쇼인즈쿠리 양식으로 지어졌다. 1960~70년대 일본인 관광객을 위한 요릿집으로 운영하면서 일본 고위 관리들이 주로 찾았던 곳이다. 2007년 7월 3일 등록 문화재 제330호로 지정되었다. 2010년 문화재청이 건물과 주위 부지를 매입해 2012년 문화유산국민신탁이 관리를 맡으면서 시설이 복원되었다. 2016년 6월부터 지금의 문화공간 ‘수정’으로 카페로 운영되고 있다.

아픈 역사를 품고 있는 곳이면서도 도심에서 보기 드문 여유를 간직한 공간이다. 일본식 목조주택 2층 건물로 주택과 창고 2동이 있다. 주택의 측면은 아름다운 맞배지붕 대문과 남향의 몸채로 되어 있다. 실내에는 일본식 가옥에 특징인 액자를 걸거나 도자기를 진열하기 위해 만든 도코노마를 비롯한 목조가구와 정원이 잘 보존되어 있다. 꽃장식의 일본식 석등과 건물 모서리의 화려한 장식은 고급 주택의 단면을 보여준다.

아이유의 “밤 편지” 촬영지로 더욱 주목받는 문화공간 수정은 오전 9시부터 문을 연다. 정문을 들어가면 아기자기한 정원에 금목수와 치자나무, 단풍나무, 꽃나무가 계절별 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5월부터 피기 시작하는 치자나무꽃은 독특한 향기를 풍기는 매력적인 화목이다. 계절의 여왕 5월이면 유백색의 꽃과 향기로 수정공간을 가득 메운다. 가을이면 금목수와 단풍나무, 국화꽃이 사람들을 맞이한다.

수정은 한국노인인력개발원과 부산 동구노인종합복지관이 공동으로 운영을 맡고 있다. 실버 세대를 위한 일자리 창출로도 제격이다. 정감 어린 어르신들의 미소도 좋고, 세월이 흐른 오래된 주택과도 많이 닮아있다. 빛바래지 않고, 잊히지 않게 그분들도 수정도 늘 정갈한 모습으로 그곳을 지키고 있다. 카페 메뉴는 주로 전통차인 우엉차, 감잎차, 생강차, 모과차, 매실차, 대추차가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라 커피와 아이스티도 준비되어 있다.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은 1층 온돌방과 2층 다다미방 중 원하는 곳에 자리를 잡고 주문하면 된다. 엄마가 내려 주는 건강한 사랑의 차를 마시는 것 같다. 아이들은 할머니가 직접 만든 쿠키에 손이 자꾸 간다.

차를 마시기 보다는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많다. 특히 아이유 밤 편지의 장면 그대로를 연출하는 여자분들은 왜 그리 예뻐 보이는지, 가사처럼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전해지는 듯하다. 길게 이어진 2층 복도에 햇살이 가득하다. 마루 위에도 사랑하듯 아지랑이가 피어 오른다. 왠지 조용조용 걸어야 할 것 같은 장소, 조용하게 차 마시며, 천천히 둘러봐야 할 것 같다. 그 긴 시간을 조금이라도 느끼게 말이다. 스치면 작은 것을 놓치게 된다. 벽에 걸린 액자, 도자기, 목조가구, 테이블보 위에 새겨진 그림들까지 그날의 여운을 긴 호흡으로 담아야 오래 간직할 수 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장소를 꼽으면 1층 마루와 단풍나무, 치자나무가 있는 곳이다. 정원 풍경을 보면서 따뜻한 모과차를 마셔보자. 마루에 앉아 잠시 눈을 감아보자, 따스한 햇볕은 내 몸에 “사랑해” 아지랑이를 피우고, 계절의 소리는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느린 걸음으로 여행을 가보자, 화려함보다는 의미 있는 공간으로 나를 데려가 보자, 바쁘게만 지내는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잠시 두 눈을 감고 계절을 느낄 수 있는 여유를 찾는 것이다. 아이유의 밤 편지 노래를 들으며, 애틋한 지난 일을 회상해보자. 내 안에 핑크 빛 감정이 고개를 내밀지도 모른다.

“난 파도가 머물던 모래 위에 적힌 글씨처럼 그대가 멀리 사라져버릴 것 같아 다 그리워 다 그리워 나의 일기장에 모든 날을 다 꺼내어 줄 순 없지만, 사랑한다는 말“



SMART INFO

오전 9시~6시 오전 9시~오후 6시( 설, 추석 연휴 휴무)

대중교통 지하철 1호선 초량역 9번 출구 도보 10분 거리

주차 불가(공용 주차장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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