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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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미국 민주당이 11월3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맞설 자당의 대선후보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공식 지명했다. 이제 트럼프 대통령과의 일합(一合)만을 남겨둔 셈이다. 또 바이든 후보의 대선공약이라할 수 있는 당 정강정책도 채택했다. 막판까지 경합한 진보진영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정책을 일부 수용했으나 우려할 수준의 급진적인 내용은 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과는 각을 세우되, 중도·진보 진영을 아우르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아내 질 “조에게 나라 맡기면 온전한 한 덩어리 만들 것”18일(현지시간) 오후 화상으로 진행된 민주당 전당대회 이틀째 본행사에서 바이든은 대의원 공개투표인 ‘롤 콜’(Roll Call·호명) 투표를 통해 후보 지명 기준인 대의원 과반, 즉 매직넘버(1191명)를 확보했다. 이미 지난 2월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를 시작으로 한 경선을 통해 과반 이상의 대의원을 확보, 요건을 충족한 상태였던 만큼, 축제를 위한 상징적 절차였다. 바이든은 부인인 질 바이든
(사진 위) 여사와 함께 화상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그는 환하게 웃으며 “진심으로 매우, 매우 감사하다. 나와 가족에게 무척 의미 있는 일이다. 목요일에 뵙겠다”고 했다. 그는 전대 마지막 날인 20일 대선후보 수락 연설에 나선다.
바이든 여사는 마지막 연설자로 나와 “이 나라를 조에게 맡긴다면 그는 우리 가족을 위해 한 것처럼 여러분의 가족을 위해 그렇게 할 것”이라며 “우리를 하나로 모으고 온전한 한 덩어리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연설 장소는 자신이 1990년대에 영어교사로 일했던 윌밍턴의 한 고등학교 빈 교실이었다. 지지자들의 감성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앞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지지연설을 통해 “우리와 그들을 나누는 트럼프의 미국, 모두가 함께 살고 일하는 바이든의 미국이 있다”며 “우리의 선택은 바이든”이라고 했다. 공화당의 조지 W(아들)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콜린 파월도 바이든 지지를 선언했다. 공화당의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의 부인 신디는 목소리로 전대에 나와 매케인과 바이든 간 친분을 소개했다. 명확히 지지를 밝힌 건 아니지만, 바이든에게 힘을 실어준 격이다.
1942년 11월생으로 올해 77세인 바이든이 트럼프 대통령을 꺾을 경우 취임 시기 기준으로 미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바이든은 1970년 카운티 의회 의원으로 정치를 시작했다. 29세인 1972년 델라웨어주에서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돼 중앙정치에 뛰어들었으며, 이후 내리 36년간 상원의원을 지냈다. 2008~2016년 8년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역임했다. 이번 대권 도전은 1988년, 2008년에 이어 3수 만에 이뤄졌다.
|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아내인 질 바이든 여사.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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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강정책 공개…대표적 동맹 갈취로 ‘韓방위비’ 꼽아
이날 공개된 91쪽짜리 정강정책에도 이목이 쏠렸다. 반(反) 인종차별 시위로 논란이 된 경찰개혁의 경우 면책특권 제한 등 인권을 침해한 법 집행관에 대한 법적보호를 축소하는 방안이, 건강보험 분야에선 오바마 행정부의 ‘오바마 케어’에 공공의료 선택권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보편적 의료를 더 확충하는 내용이 각각 담겼다. 다만, 경찰 예산의 대대적 삭감이나 진보진영의 ‘메이케어 포 올’(Medicare for All) 등 급진적인 내용은 빠졌다. 한반도 관련 내용도 담겼다. 트럼프 탓에 동맹 시스템이 냉전 이후 최대 시험대에 직면했다며 한국 정부를 향한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을 대표적인 “동맹 갈취” 사례로 꼽았다.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해선 트럼프 행정부의 ‘톱 다운’ 방식에서 벗어나 동맹 강화 등 외교 캠페인을 구축, 위협을 억제해 나가는 방식을 택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중국 문제에 대해선 공화당과 마찬가지로 강경 대응 방침을 분명히 했다.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보장.대만관계법 지원.중국의 인권탄압 대응 법률의 철저한 집행 등을 공언한 것이다. 다만, 무차별적 관세폭탄 대응을 통한 신(新)냉전은 피할 것이라며 차별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무역 부문에서도 “미국의 경쟁력에 먼저 투자하기 전에는 어떤 새 무역합의도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며 보호무역주의 성향을 고스란히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