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빼든 檢..총수 줄소환 시사..재계 "삼성 다음은 누구"

검찰, 8일 삼성전자 압수수색 이어 현대차 부사장 소환
박대통령 독대한 것으로 알려진 기업 총수 줄소환 가능성
  • 등록 2016-11-08 오후 4:23:32

    수정 2016-11-08 오후 4:23:32

[이데일리 김혜미 임성영 김태현 임현영 기자] 검찰이 8일 삼성전자(005930)를 급습하고 현대자동차(005380) 부사장을 전격 소환하면서 재계 수사공포가 확대되고 있다. 지난 2007년 삼성특검 이후 9년 만에 이뤄지는 삼성전자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재계 총수들에 대한 줄소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 압수수색은 대외협력 담당부서가 있는 27층과 삼성 미래전략실이 위치한 40층 두 곳에서 새벽 6시40분부터 이뤄졌으며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승마협회 업무 추진내역, 지원비 집행실적, 개인 다이어리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대한승마협회장인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 사무실 외에 자택도 포함됐다. 미래전략실의 경우 전체가 아니라 대관업무를 담당하는 일부 인물로 한정됐다. 검찰은 승마협회장인 박상진 사장과 부회장인 황성수 전무를 출국 금지했다.

삼성전자 압수수색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재계는 당혹스러워하는 눈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순실 게이트가 확산되면서 어느 정도 예견했지만 이렇게 빨리 기업에 압수수색이 들어올 줄 몰랐다”며 “자칫 정경유착으로 사건이 흘러갈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삼성과 승마협회가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20)씨에게 불법적으로 자금을 지원한 정황을 포착했으며 사용내역과 전달경위 등 전반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9~10월경 최씨 모녀가 독일에 설립한 회사인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와 컨설팅 계약을 맺고 280만유로(약 35억원)를 특혜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 자금은 정씨의 말과 경기장 비용 등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압수수색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것으로 알려진 주요 기업 총수들의 줄소환 시기가 주목받고 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은 앞서 검찰 조사에서 박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을 비롯해 SK(034730)LG(003550), 롯데, CJ(001040) 등 주요 기업 총수 7명과 독대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자금 출연을 요청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기업 총수 소환을 시사하고 있다. 이날 검찰 관계자는 기업마다 대가성 여부가 다르고 각기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전수조사를 해서 세부내용을 맞춰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총수 조사는 국민 경제에 끼치는 영향을 고려해 결정하겠지만, 기업들이 사실에 부합하게 이야기하지 않을 경우 소환이 불가피하다고 언급했다.

기업들은 총수 소환 가능성에 조심스런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삼성은 검찰 조사에 성실히 협조할 것이며 검찰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며 최대한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장충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은 이번 조사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잘 모르겠다”며 자리를 피했다.

롯데그룹은 기부 당시 최순실 씨 존재를 전혀 몰랐다면서 난감해 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경기가 어려운 시점에 최순실 사태가 기업 쪽으로 번지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라며 “미르와 K스포츠 재단에서 필요하다고 해 기부했다. 롯데 입장에선 검찰조사 받은지 얼마 안돼 내부적으로 더욱 긴장상태”라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그룹 쇄신안을 발표하면서 기업분위기를 바꿔보려는 시점에 안좋은 일로 브랜드 이름이 오르내려서 난감하고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CJ그룹 관계자는 “재계에서 K-컬처밸리 사업 의혹과 이미경 부회장 퇴진 의혹 등과 관련해 검찰의 강제수사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면서 “K-컬처밸리는 문화기업인 CJ그룹와 맥락을 같이 하는 사업으로 CJ그룹으로서도 관심있게 지켜본 사업이고, 단순히 대가를 위해 투자했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의 8·15 특별사면에 앞서 K-컬처밸리 우선협상자로 선정돼 1조400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한편 이미 대관담당 부사장이 소환된 현대차는 검찰이 현재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총수 소환카드는 꺼내지 않길 내심 바라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사장들이 잘 대응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의 경제 상황과 다른 기업의 상황과 비교해 봤을 때, 그리고 수사본부 관계자가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선택을 한다고 했던 것을 고려하면 총수까지 불러들일 것 같지 않다”며 “현재 국내 경제가 상당히 위축된 상태다. 특히 자동차는 내우외환을 겪고 있는 만큼 이런 상황까지 불거지게 되면 현대차 뿐만 아니라 한국경제도 더 어려워질 수 있는 만큼 빨리 수습될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8일 압수수색이 이뤄진 삼성전자 서초사옥 1층 로비에 수십명의 기자들이 몰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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