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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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원·달러 환율이 장중 1179.00원까지 상승하며 지난주에 이어 11개월래 최고치를 또 다시 갈아 치웠다.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주식 매도세가 이어진데다가 중국 경기 둔화 우려도 더해졌다. 또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수도 장악 소식, 코로나19 확산 상황 등은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더욱 부추기면서 달러 강세를 이끌었다.
17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7.30원 오른 1176.30원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는 1179.00원까지 오르면서 1180원을 목전에 두고 장을 마쳤다. 이는 장중 고점 기준으로 9월 16일(1181.50원 이후) 약 11개월 만이다. 종가 기준으로는 9월 15일 1179.00원 이후 최고치로,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13일 종가인 1169.00원보다 7원 가량 더 오른 수준이다. 다만 오후 장중 외환 당국의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으로 추정되는 움직임이 나왔고 외국인 투자자가 매도 규모를 지난주보다 줄이면서 상승폭을 일부 반납했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환율 상승폭이 빠르긴 하다”면서 조정 가능성을 열어뒀다. 시중은행 관계자 역시 “달러·위안 환율이 오르는(위안화 약세) 상황에서 환율 상승 추세가 일부 꺾인 것이라서 (당국 개입) 의심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환율 상승 재료는 복합적이었다. 우선 지난주에 이은 외국인 투자자의 코스피 등 국내주식 매도세가 이어진 점이 주도적이었다.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주 7조원 이상을 매도한 데 이어 이날도 4100억원 가량 매도하면서 코스피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0.89% 하락 마감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760억원 가량 매도해 코스닥 지수는 2.86% 떨어졌다.
미 국채 금리는 1.2%대를 기록하고 있고 달러인덱스는 92선에서 소폭 상승하는 중이다. 17일(현지시간) 오전 2시 40분께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0.039%포인트 하락한 1.237%를, 달러인덱스는 0.11포인트 오른 92.74를 기록하고 있다.
달러·위안 환율은 중국의 부진한 경제지표 결과 발표 이후 6.4위안대에서 오르는 중이다. 달러·위안 환율은 전일 대비 0.09% 오른 6.4815위안에 거래되면서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중국 국가통계국이 16일 발표한 7월 산업생산이 전년 동월 대비 6.4% 증가에 그쳐 시장 예상치(7.8%)를 하회하는 등 부진한 경제 지표를 발표한 영향이 컸다. 소매판매 증가율도 8.5%로 올해 들어 처음 한자릿수를 기록하며 하락했다. 전월(12.1%)와 시장 예상치(10.9%) 대비 낮은 수준이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코로나19 감염병 악화 상황도 위험회피 심리를 키웠다.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20년 만에 정권을 탈환하면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위축됐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수 역시 17일 0시 기준 1373명으로 전일 대비 180여명 가량 줄긴 했지만 여전히 네자릿수를 기록하는 중이다. 람다 변이도 인도, 방글라데시, 일본, 필리핀 등 40여개국으로 번진 상황인데다 호주중앙은행(RBA)은 코로나19가 경제회복에 영향을 줄 경우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를 의사록에 공개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서울외국환중개와 한국자금중개에서 거래된 규모는 92억1700만달러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