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한진해운 자산인수전 들러리?..롱비치터미널만 관심

선박·영업망·인력 고용승계 등 부담됐을 듯
입찰제안서 평가에서도 SM그룹과 점수차 상당
  • 등록 2016-11-15 오후 3:25:17

    수정 2016-11-15 오후 3:25:17

현대상선의 현대포워드호. 현대상선 제공.
[이데일리 최선 기자] 한진해운(117930)의 미주·아시아 노선 영업망 등 알짜배기 자산 인수전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법원이 삼라마이더스(SM)그룹을 한진해운 자산양수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면서 현대상선은 고배를 마시게 됐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으로 드러난 모습일 뿐 현대상선(011200)이 과연 쓴 맛을 본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도 있다.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이 주인인 현대상선이 한진해운 입찰 흥행을 위해서 들러리를 섰다는 이야기도 나돌고 있다.

15일 법조계와 해운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6부는 전날 한진해운 사업양수도와 관련한 본입찰을 실시한 결과 SM그룹의 대한해운(005880)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다고 밝혔다. SM그룹 측은 이번 본입찰에서 육상·해상·해외 직원 600여명 등 한진해운과 법원 측이 제시한 고용요구 인원 전원을 고용승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면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본입찰에서 밀린 현대상선은 이에 즉각 입장자료를 통해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라는 논평을 냈다. 글로벌 선사들이 합병을 지속하고 있고, 해운업계에서는 꼬리를 먼저 내리는 자가 패배하는 치킨게임이 이어지는 상황을 고려할 때, 대한해운이 향후 영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 표현과 달리 현대상선이 애초부터 진지하게 입찰에 참가하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현대상선이 롱비치터미널 지분 등 한진해운 알짜 자산에 대한 실사를 위해 입찰에 참가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당초 현대상선은 법원 측의 한진해운 미주·아시아 노선 매각 방침이 나왔을 당시에도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매각노선과 관련한 6500TEU(1TEU는 6m 길이 컨테이너 박스 하나를 실을 수 있는 규모)급 선박 5척은 운임경쟁력 확보에 유리하지 않은 점 △한진해운의 영업망이 상당히 망가져 있다는 점 △600명 규모의 인력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점 등이 인수전 참여를 결정하는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올해 3분기까지 6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내는 등 경영상황도 회복되지 않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법원이 우선협상대상자를 SM그룹으로 선정하면서 또다른 경쟁자인 현대상선을 예비협상대상자로 선정하지 않은 것을 보면 양사의 점수 격차가 상당했다는 얘기”라며 “현대상선이 입찰에 진지한 모습을 보인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현대상선 측은 “한진해운 자산 실사 후 합리적인 가격과 조건을 제시했다”며 “추후 기회가 주어지면 최선을 다해 (한진해운 자산을) 인수하고 운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현대상선은 한진해운이 보유한 미국 롱비치터미널의 TTI 지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지원하는 2조6000억원 규모의 선박펀드 등을 이용해 선박, 터미널 등 영업관련 자산을 매입할 때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롱비치터미널 지분은 한진해운이 54%, 스위스 해운회사 MSC가 46%를 보유하고 있다.

MSC가 한진해운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 행사를 포기하면 우선협상대상자인 대한해운만 지분 확보에 나설 수 있지만, 반대로 MSC가 한진해운 지분을 우선매수하고 되파는 상황이 전개된다면 현대상선에게도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 TTI는 오는 16일 이사회를 열고 MSC와 채권단을 설득해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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