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가치 먼저 정립한 뒤 정치세력화

기조는 낡은정치 혁신·올바른 야당 세우기
의원들 탈당은 우선적인 관심대상이 아니다
중도개혁 주자인 손학규·김한길과 연대 관심
문 대표 거취에 따라 김한길·박지원 탈당 가능
  • 등록 2015-12-14 오후 7:58:18

    수정 2015-12-14 오후 7:58:18

[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4일 탈당하자마자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구의 한 경로당을 찾았다. 안 전 대표는 이날 경로당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나 “우선 많은 분들을 만나 뵙고 말씀 드리겠다. 내일은 오래전부터 계획했던 부산에 가서 만나 뵙고 목요일 정도에는 광주에 가서 (지역민들의) 말씀을 듣겠다”고 했다. 경로당을 찾은 것은 탈당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고 국민의 삶을 돌보는 새로운 정치와 정권세력화에 대한 조언을 듣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안 전 대표는 “정치를 바꾸기 위해 모든 일들을 할 생각”이라며 “어떤 방법으로 그 일을 할 것인지 그것에 대해 우선은 국민 말씀부터 듣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13일 기자회견에서도 탈당 목표를 분명히했다. 안 전 대표는 “새누리당 세력의 확장을 막고 더 나은 정치, 국민의 삶을 돌보는 새로운 정치로 국민들께 보답할 것”이라며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정치세력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그동안 안 전 대표는 당 내부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타성과 패권주의, 기회주의와 적당주의의 병폐 극복을 위해 본질적 혁신이 필요하다며 부패척결과 낡은 진보청산, 새로운 인재영입을 제안했었다. 자신과 다른 의견을 내놓으면 정체성을 문제삼는 사고로는 당의 외연을 중도로 확장할 수 없고 합리적 개혁세력을 대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안 전 대표, 지금 당장은 국민의 소리를 경청하는 게 우선 = 다시 광야에 나선 안 전 대표는 낡은 한국정치와 야권을 혁신해 국민들의 삶을 바꾸겠다는 시대적 요구를 일관되게 실천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 전 대표측은 “독자세력화, 신당 창당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지금 당장은 국민의 소리를 듣는 게 우선이다. 갖고 있는 생각들도 다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정치는 부패척결·낡은 진보 청산, 경제는 공정성장 등으로 구체화할 수 있지만, 한국정치를 혁신하고 올바른 야당 세우기가 기본 기조”라고 말했다.

탈당 의원들을 규합하고 다른 신당 추진세력인 천정배·박주선 의원 등과 접촉하기에 앞서 가치와 새 정치비전을 세우는 것이 먼저라는 것이다.

이 측근은 “개별 의원들의 탈당은 우선적인 관심대상이 아니다. 일단은 가치기준에 따라 새로운 정치비전을 만들고 그것에 부합하는 사람들을 한분 한분 만나서 얘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것도 없이 무조건적인 결합은 오래가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실현도 안 될 것 같다”고 했다.

물론 안 전 대표와 함께할 사람을 영입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치권에서는 중도개혁 성향의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김한길 전 대표, 박지원·박영선 의원, 김부겸 전 의원, 김영춘 전 의원 등이 안 전 대표와 한국정치를 새롭게 혁신할 수 있는 인물들로 거론된다.

대부분 새정치연합의 비주류 의원들이거나 진보 강화가 아닌 중도강화, 통합의 정치를 추구해왔던 정치인들이다. 특히 손 전 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호남과 수도권 중도층에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사로 꼽힌다.

이 측근은 “(거론되는 인물들이 함께하면) 좋죠. 그렇게 된다면 야권이 올바른 가치 하에 대통합이 이뤄지는 것이다.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손학규측 “한쪽 손 들어주는 것은 말이 안돼”… 연대설에 선 그어 = 손 전 대표는 정계를 은퇴하고 전남 강진에 칩거중이라 현실정치에 불려 나올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손 전 대표 측은 “정계를 은퇴한 마당에 한쪽 손을 들어주는 것은 말이 안된다. 야권의 전반적인 부분에 기여해야지, 당대표까지 지낸 분이 하나의 분파를 위해서 (정계복귀를) 하겠다는 것은 명분이 약하다”며 안 전 대표와의 연대설에 선을 그었다.

현실정치에 몸담고 있는 김 전 대표와 박지원 의원은 조금 다르다. 김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총선을 앞둔 야권 상황에 대해 고민이 깊다”며 “제 거취뿐만 아니라 선거를 앞둔 야권 상황에 관해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표가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지도체제에 대해 문 대표 중심의 현 체제를 고집하면 다른 대안을 모색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 전 대표는 지난 2007년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의 대선 패배가 예견되자 80여명의 의원들과 집단 탈당해 손 전 대표와 함께 대통합민주신당을 창당한 바 있다. 대통합민주신당은 중도개혁세력임을 자임했고 이후 열린우리당을 흡수 통합했다.

안 전 대표가 탈당하자마자 바로 문 대표에게 물러나라고 요구한 박 의원은 문 대표의 사퇴가 이뤄지지 않으면 그때는 탈당 여부를 생각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박 의원측은 “지금은 탈당하고 안하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문재인 안철수 두 대표가 정치력 문제이든, 서로 양보를 못해서 이런 상황까지 왔는데, 이것은 두 사람 문제다. 당에 대한 호남민심이나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 못한다는 부분은 바뀐 게 없다. 문 대표가 책임지고 사퇴하는 모습을 보이면 당 안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그게 안되면 그때는 생각을 해봐야 한다”며 탈당을 열어놨다.

결국 모든 게 문 대표에게 달려있다. 문 대표는 오늘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갔다. 거취를 포함한 정국구상을 마무리하는 대로 빠르면 내일 서울로 올라올 예정이다.

당내에서는 이미 밝힌 대로 공천 물갈이와 인재영입 등을 위해 당을 총선체제로 전환하고 마이웨이를 할 것으로 보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문 대표가 버틸 것이다. 사퇴할 것 같으면 이미 했다. 중진인 김한길 박지원 의원 등이 나가는 것도 쉽지 않다”며 “공천 받는지를 지켜본 후 1월은 돼야 의원들이 움직일 것이다. 양측이 경쟁을 하겠지만 안철수당도 원내교섭단체 수준은 갖출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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