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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저출산 심화는 세계적인 수준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81명을 기록했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수가 1명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다.
합계출산율은 2018년 0.98명으로 1명대가 무너진 이후 4년 연속 최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출생아수가 줄어드는 반면 사망자수는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인구는 감소세다. 2020년에는 출생아수보다 사망자수가 3만2600명 더 많아 인구 자연감소를 기록했다.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넘어서는 인구 데드크로스가 발생하더라도 총인구가 감소하는 시기는 한참 후인 2029년으로 예상됐었다. 일자리를 찾아서, 또는 학업 등을 위해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인들이 인구 자연감소를 상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변수로 작용했다. 각국의 봉쇄정책으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외국인 유입이 뚝 끊겼다.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총인구는 약 5173만8000명으로 전년대비 0.2%(9만1000명) 줄었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고 1949년부터 실시한 조사에서 총인구가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지연 통계청 인구총조사과장은 “인구 감소폭은 코로나19로 커지고 있었는데 지난해 코로나19가 안정화되면서 내국인이 다시 나가고 외국인은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이 더해지면서 (총)인구가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인구가 줄어들면 학교나 지역 소멸, 노인 돌봄 부담 등 각종 문제가 발생하지만 경제 측면에서 총인구 감소는 생산성 저하를 의미한다.
한국의 생산연령인구(15~64세)의 비중은 2020년 기준 72.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다른 나라보다 빨라 50여년 후인 2070년이 되면 가장 낮은 46.1%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전체 인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생산연령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할 65세 이상 고령인구를 의미하는 노년부양비 역시 2020년(38.7명) 가장 낮은 수준에서 2070년(116.8명) 가장 높은 수준이 될 전망이다.
정책의 초점은 출산을 유도하기 위한 장려금 등 일시적 지원에 그쳤고, 뒤늦게 생산성 제고를 위한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고 있지만 효과가 크지 않았다.
지난 정부에서도 1~4기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단기와 중장기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2년 넘게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기 해소에 정책 역량이 쏠리면서 인구 문제 같은 상대적으로 중장기 과제에 대해서는 대응 여력이 부족했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정년 연장이나 이민 대책 등 생산연령인구를 늘리기 위한 획기적인 대책은 사회적 논란을 의식하면서 도입을 주저하고 있어 인구 문제 대응의 ‘골든 타임’을 놓쳤다는 책임론도 나오고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인구 자체가 감소하는 추세에서 지난 40여년간 재정을 투입해 저출산을 해결한다고 해봤자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중요한 점은 생산성 제고”라며 “정년 연장으로 고령층 활동을 늘리는 동시에 젊은 층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외국인 인력을 적극 유입할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