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압박에 백기 든 조양호 회장..추가 지원은 '글쎄'

물류대란 확산에 한진그룹 책임 부담 커져
조양호 회장, 정부·금융당국 압박에 결단 내려
장기저리자금 지원은 안 받아..줄다리기 계속될 듯
  • 등록 2016-09-06 오후 6:01:26

    수정 2016-09-06 오후 6:01:26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한진그룹이 정부와 채권단의 압박 속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 한진해운 발 물류대란에 대한 책임 공방이 불거지면서 정부와 여론의 공세를 견디지 못했다. “1000억원을 긴급 수혈하겠다”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결단으로 다소 숨통이 트이게 됐지만 추가적인 지원은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한진그룹 측은 “한진해운이 법원 관리에 들어갔으나 그룹 차원에서 수출입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억류된 선박이나 하역이 필요한 선박에 대해 일시적인 조치지 물류대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복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선주협회는 “시간을 끌면 끌수록 피해는 더 커진다“며 ”법정관리 이후의 자금 지원에 대해 법원이 최우선 변제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주고 정부와 채권단, 한진그룹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물류대란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버터온 한진그룹, 왜 1000억원 긴급 투입했나

수출화물 물류애로 신고센터 피해접수 현황(자료: 한국무역협회)
지난달 31일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이후 우려했던 물류대란이 현실화하자 한진그룹도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정부와 금융권, 한진그룹이 서로 잘못을 미루는 동안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물류 대란의 여파가 확산되면서 국제적인 신용도는 땅에 떨어졌다. 급기야 이번 물류대란 사태에 대한 1차적인 책임으로 대주주인 조양호 회장이 지목되면서 정치권까지 압박 수위를 높이며 가세했다.

한진그룹은 결국 정부와 정치권의 전방위적인 압박에 1000억원을 내놨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한국무역협회 수출화물 물류애로 신고센터에 접수된 피해 건수는 총 119건으로 전날 32건과 비교하면 4배 가까이 늘어났다.

수출 전선은 이미 마비 상태다. 항로별로는 아시아와 미주 노선의 피해 접수가 각각 54건, 50건으로 가장 많았고 유럽(44건)과 중동(29건)도 피해사례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억류되거나 입출항이 거부된 선박이 전체 141척 중 87척에 이른다. 3척이 가압류 상태, 84척이 입출항을 거부당했다.

해운업계 한 전문가는 “늑장 대응으로 사태를 키운 정부 책임도 가볍지 않다”며 “정부와 채권단도 사태 해결을 위해 한진그룹만 압박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금융당국 압박에 백기 든 조양호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한진그룹의 긴급자금 지원 결정이 자율협약 시기를 놓치고 법정관리에 들어가서 이뤄졌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게다가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해양수산부 등 정부 당국이 조양호 회장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해서야 겨우 이끌어낸 결과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선적한 화물을 목적지까지 운송하는 책임은 화주와 계약을 맺는 한진해운에 있다”며 “한진해운과 대주주가 맡은 바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임종룡 금융위원장 역시 “안전하게 화물을 운송할 책임이 한진해운에 있다”며 해운산업 재활을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밝힌 조양호 회장의 결단을 촉구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 회장이 결국 백기를 들수 밖에 없는 것은 한진그룹의 주력 사업들이 정부의 인허가로 이뤄져 무시를 할 수 잇는 상황이 아니다”며 “법정관리업체에 자금을 지원한다는 것도 넌센스다”고 말했다.

한진그룹 추가 지원 있을까?

조양호 회장의 결단으로 물류대란 파장은 다소 누그러들 것으로 예상된다. 공해상에 발이 묶여 있는 선박이나 억류된 한진해운 선박들이 다소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하지만 물류대란 사태를 일시적으로 해소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어렵다. 따라서 정부와 금융권이 조양호 회장을 더욱 압박해 추가적인 자금을 요구할 수 있다. 당분간 정부와 금융당국, 한진그룹 간의 줄다리기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정부와 금융권이 한진그룹을 벼랑끝으로 몰아 압박을 하고 있어 이를 거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지금으로선 추가적인 지원에 대해서는 아무런 결정이 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진그룹이 지원할 긴급 자금 규모를 2000억원 수준으로 관측하고 있다. 현재 급하게 투입되어야 할 자금으로 하역 및 운반비, 장비 임차료, 유류비 등을 합치면 3000억원 넘는다. 문제는 한진그룹이 자체적으로 이번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1000억원을 조달하고도 물류대란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채권단이 어떠한 결정을 내릴지도 주목된다.

한진그룹은 일단 자체 수혈을 통해 1000억원을 마련하고 당정의 장기저리자금 방안은 이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그룹은 자체 자금지원 계획에 차질이 없도록 롱비치터미널 지분의 담보 제공을 위해 법원과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그룹의 긴급자금 지원 방안은 당정이 마련한 장기저리자금 지원과는 별개”라며 “정부에서도 1000억원 정도면 사태 해결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는 만큼 추가 대출은 받지 않을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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