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4년 전인 19대 총선 국면만 하더라도 각각 야당과 여당을 대표하는 경제사령탑이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180도 변신하면서 상대방의 진영으로 자리를 옮겼다.
강 위원장은 29일 새누리당 첫 선대위 회의에서 이른바 ‘한국판 양적완화(QE)’를 주장하며 본인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특히 중앙은행 독립성 침해라는 더민주와 금융권 일각의 양적완화 비판론에 “미국의 연방준비제도나 일본, EU(유럽연합)의 중앙은행들은 독립성이 없어서 그걸 했느냐”고 마이웨이를 고수했다.
김 대표는 4년 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이었지만 경제민주화 실현을 기치로 이번 총선에서 야당에 합류했다. 김 대표는 특히 국민의당 창당에 따른 분열로 더민주가 최고 위기에 놓인 순간 합류해 당을 빠르게 안정시킨 것은 물론 최악의 공천갈등 과정에서도 특유의 카리스마로 당을 장악했다. 이후 김 대표는 본인의 트레이드 마크인 경제민주화를 부각시켜면서 새누리당 정권의 경제무능론 심판을 외치고 있다.
두 사람은 29일에도 국가경제에서 대기업의 역할과 활용법을 놓고 엇갈린 입장을 보였다. 강 위원장이 “대기업에 족쇄를 채운다고 저절로 중소기업이 좋아지는 시대 아니다”며 대기업 구조조정 지원과 규제완화를 통한 청년 일자리 창출을 촉구했다. 반면 김 대표는 ”대기업을 아무리 지원한다고 청년실업 해소 안된다. 낙수효과는 허상”이라고 반박했다.
선공은 강 위원장이 날렸다. 강 위원장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 김 대표의 경제민주화를 혹평했다. 강 위원장은 “경제민주화가 상당히 달콤하게 보인다. 정치민주화 하면 그건 다 좋은 거라는 것 우리가 안다”라면서 “경제도 민주화한다는 게 듣기는 좋지만 이게 약간 평등주의를 밑바탕에 깔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구촌 경제가 하나가 됐다. 국경 없는 무한 경쟁시대가 됐기 때문에 이제는 평등주의적인 사고 가지고는 다른 나라 기업들을 이길 수가 없다”며 “경제민주화는 글로벌 경제가 되기 이전에 있던 낡은 진보, 지금은 그런 식으로 사고하는 나라가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 하나도 없다”고 비꼬았다.
아울러 “정치는 민주주의를 지향해서 계속 발전을 해야 한다. 1인 1표가 정치 민주주의의 기본”이라면서도 “경제는 시장경제를 기본으로 한다. 두 배 열심히 일한 사람이나 두 배 효율적으로 기업을 경영한 데가 대가를 더 많이 가져가는 원리가 없어지면 경제는 성장 발전할 수가 없다. 경제는 시장주의, 정치는 민주주의가 맞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그 사람은 헌법도 안 읽어본 사람 같다”라며 “(경제민주화가) 헌법에 가치로 돼 있는데 헌법 가치를 포퓰리즘이라고 하면 거기에 뭐라고 할 수 있겠냐”고 반박했다.
4.13 총선 공식선거운동 첫날 두 사람이 정면충돌하면서 앞으로 총선 국면이 본격화하면 양측의 갈등은 보다 더 첨예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강 위원장이 김 대표가 주도한 더민주의 경제공약에 대해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한 반면 김 대표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잃어버린 8년으로 규정하며 경제심판론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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