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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헝가리는 저출생 현상을 극복한 대표 사례로 거론됐다. 헝가리는 1975년부터 합계출산율이 감소하기 시작해 2011년 1.21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헝가리 정부는 이러한 흐름을 반전시키기 위해 막대한 재정 지원을 시작했다. 2015년 헝가리는 부부가 새 주택을 구입할 경우 보조금·세액 공제·이자 감면 등을 통해 자녀 수에 따라 최대 5만달러를 지원했다. 당시 헝가리 평균 급여의 3배가 넘는 금액이다.
헝가리는 지금도 주택 지원을 포함해 △패밀리카 보조금 △난임부부 지원 △아동수당 등 가족 정책에 국내총생산(GDP)의 5% 이상을 쓰고 있다. 국방비 지출보다 더 큰 규모다.
덕분에 2021년에는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이 1.6명까지 회복됐지만, 이후 2년 연속으로 하락해 2023년 1.5명으로 내려앉았다.
제도권 내의 ‘전통 가정’을 장려하는 정부 기조에 대한 반발도 상당하다. 강경보수 성향의 헝가리 집권 여당인 피데스는 동성애와 혼외 출산 정책에 비판적인 입장이다. 동거 커플의 법적 지위를 규정한 ‘시민연대계약(PACS)’ 제도를 도입하고 혼외 출산을 장려하는 프랑스와 대조를 이룬다. 헝가리에서는 정부 지원을 받은 부부가 이혼할 경우 지원금을 되갚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노르웨이 역시 GDP의 3% 이상을 저출산 대책에 투입했지만 흐름을 바꾸지는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신생아 부모에게 거의 1년 가까운 유급휴가를 나눠 쓸 수 있도록 하고, 여성만 양육부담을 지지 않도록 남편에게도 15주 육아휴직을 반드시 쓰도록 규정하는 등 방안을 오랫동안 실시해 왔지만 합계출산율은 1.4명에 그치고 있어서다.
1960년대부터 선진국을 중심으로 시작된 저출산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면서 중국이나 러시아까지도 이를 해결하는 걸 국가적 최우선 과제로 삼아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실패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인구통계학자들은 부모들이 아이를 갖는 걸 꺼리는 건 순전히 재정적 이유보다는 근본적으로 문화가 바뀐 데 따른 것일 수 있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성인이 되면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낳는 것이 당연시됐지만, 지금은 개개인의 삶을 더 중시하는 기조가 강해지면서 여건이 충분해도 출산을 하지 않는 남녀가 많다는 것이다.
노르웨이 국적자 낸시 뤼스타드 헤르스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예전엔 스스로에게 ‘난 너무 어리다’, ‘학사 학위를 마쳐야 한다’,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그러다 정신을 차려보니 난 기혼자이자 차와 주택, 유연한 직장이 있는 28살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더는 변명거리가 없어졌고, 이제는 (출산을 막는) 실질적 장벽이 없지만 난 내가 아이를 원치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