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채식주의자’ 유해도서 낙인, 이 책의 운명이란 생각”

노벨상 첫 공식 기자회견서 언급
"책 쓴 사람으로서 가슴 아픈 일"
유해도서 지정에 "검열 우려되는 부분"
제2 한강 위해 "좋은 독자부터 많아야"
  • 등록 2024-12-06 오후 11:16:09

    수정 2024-12-06 오후 11:16:09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이 자신의 소설 ‘채식주의자’가 10대 청소년 유해도서로 지정된 것과 관련해 “가슴 아픈 일이었다”고 말했다.

한강은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기자회견에서 ‘학생들이 읽기에 적절치 않다’고 주장하는 부모들에 대한 생각을 묻는 말에 “이 책의 운명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심경을 밝혔다.

이어 “이 소설에 유해도서라는 낙인을 찍고, 도서관에서 폐기하는 것이 책을 쓴 사람으로서 가슴 아픈 일이었다는 것은 사실”이라며 “‘채식주의자’는 2019년 스페인에서 고등학생들이 주는 상을 받은 적이 있다”고도 전했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상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그러면서 “(스페인의) 고등학교 문학 도서 선생들이 추천 도서 목록을 만들어서 학생들에게 읽히고, 학생들이 오랜 시간 토론해서 그 책이 선정됐다”며 “그때 학생들이 토론하고 시상식을 하고 자기 의견을 발표하는 과정에 참여했는데, 학생들이 깊이 생각하고 소설도 분석하고 자기 의견을 개진하더라. 굉장히 감명 깊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한국의 도서관에서 몇천권의 책이 폐기되거나 열람이 제한됐다”며 “저는 도서관의 사서 권한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그분들이 많이 고민하고 책들을 골라서 비치하는 역할을 한다”고 짚었다. 이어 “그런데 자꾸 이러한 상황이 생기면 아마 검열하게 될 것 같다. 그런 게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또 한강은 독서를 통해 “공존하는 법, 타인을 이해하는 법,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가게 된다면서 “그런 인문학적인 토양의 기초가 되는 것이 도서관인데 사서 선생님들의 권한을 잘 지키는 방향으로 사회가 나아가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제2의 한강’을 배출하기 위해선 “어릴 때부터 최소한 문학작품을 학교에서 서너 권 읽고 토론하고 다각도로 이야기 나누고 문학작품을 읽는 근육 같은 것을 기를 수 있게”하는 교육이 필요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모든 독자가 작가인 것은 아니지만, 모든 작가는 열렬한 독자라고 하지 않느냐”며 “일단 좋은 독자들이 깊게 읽고 흥미롭게 읽는 것을 재미있어하는 독자들이 많이 나오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앞서 스웨덴 한림원은 지난 10월 10일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강을 선정했다. 한림원은 그의 작품 세계를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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