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사태의 발단이 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정에서 기금모금을 주도한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이 쇄신안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경련이 사실상 10대 그룹 오너 회장들 모임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회장단 회의에서 해체든 쇄신이든 향후 진로를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
전경련은 “회원사들의 참석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했다”며 “쇄신안 마련을 위한 테스크포스(TF)를 구성, 회원사 개별 접촉 또는 모임을 통해 의견수렴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는 10대 그룹인 삼성, 현대차, SK, 롯데 등 핵심 회원사 다수가 불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6일 청문회에서 탈퇴를 시사한 것과도 관련이 있다. 그룹 총수가 공개석상에서 탈퇴를 언급한 상황에서 전경련 모임에 참석하는 것 자체가 안 좋게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회비 납부나 영향력 측면에서 주요 그룹이 전경련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회원사들의 의견을 듣는 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 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주요 그룹들이 전경련 관련 활동에 참여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면서 허창수 전경련 회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 2월까지 쇄신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전경련이 특검수사에 더욱 신경을 쓰는 것도 쇄신안 마련을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전경련이 특검에서 민법을 위배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관련 인사의 사법 처리는 물론 정부가 법인 설립허가를 취소할 수도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전경련 해체론을 야기한 현재의 사무국 인사들이 쇄신안을 주도해 마련한다는 것은 실행력을 담보할 수 없다”면서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전경련 회장단에서 향후 진로를 논의해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국회 청문회에서 구본무 LG 회장이 싱크탱크 전환 방안을 언급한 후 유관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과 통합 등 다양한 쇄신안이 거론되고 있다. 전경련 직원들은 해체 압박이 거세지고, 금융권과 공기업 회원사들의 잇단 탈퇴신청으로 존폐 자체의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자칫 직장을 잃을 수 있다는 걱정에 어수선한 분위기다.
전경련은 내년도 신입사원 채용 일정도 전면 중단했다. 지난 9월 말 지원을 받은 뒤 필기시험과 1차 면접까지 마치고 다음달 초까지 임원 면접과 최종 면접만 남겨둔 상태였다. 전경련 관계자는 “매년 한 자릿수의 신입 직원을 채용했지만 올해는 분위기상 채용절차를 진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응시자들에게 채용중단 안내를 보내고 양해를 구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