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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민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은 6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명백한 경제보복”이라며 “우리도 일본을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해 수출관리를 강화하고 관광, 식품, 폐기물 등에서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한 조치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략물자수출입 고시에 따르면 한국은 국제수출통제체제 가입 여부 등을 고려해 전략물자의 수출입통제 허가지역을 ‘가’지역과 ‘나’지역으로 구분하고 있다. ‘가’ 지역은 화이트리스트 국가로 전략물자를 수출하는 한국 기업엔 3년짜리 포괄허가를 적용하고 있다. ‘나’ 지역은 허가신청서와 전략물자 판정서를 포함해 계약서ㆍ서약서 등 추가 제출 서류를 더 내야 하기 때문에 가 지역에 비해서는 수출 절차가 복잡한 편이다.
정부는 이와 별도로 ‘다’ 지역을 신설해 일본을 분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가’ ‘나’ 지역의 전략물자 판정기간이 최대 15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면서 수출허가 처리기간이 최대 90일에 달하는 것에 비해서는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나’ 지역에 일본을 분류해 수출허가기간을 늘릴 경우에는 다른 국가에도 피해가 미치는 문제가 있다.
관건은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할 수 있는 근거다. 자칫 부실한 논리로 일본을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배제할 경우 일본으로부터 역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아직 공식적으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근거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WTO 제소에 위반되지 않는 논리를 개발 중이다.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상응조치가 아니고, 국제수출통제 체제 속에 일본과 더는 공조할 수 없다는 게 기본 골자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국제평화 및 안보를 위해 만들어진 국제수출통제 체제는 회원국가간 국제 공조를 통해서 대량살상무기(WMD) 나 반테러 활동을 막기 위해서 만들어졌지만, 일본이 우리나라를 화이트국가에서 배제하면서 더 이상 공조할 수 있는 토대를 허물었다”면서 “더는 협조가 어려우니 우리도 여기에 맞춰 제도 개편을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맞대응하는 상응조치가 아니라 국제 수출통제 체제의 시스템에 맞게 우리 전략물자수출입 제도를 변경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더라도 일본 기업에 실제로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산업별 수출에서 대(對)일본 의존도가 높은 산업은 생활용품, 금속 등이고, 의존도가 중간정도인 산업은 화학, 플라스틱·고무 및 가죽, 섬유류 등이다.
일각에서는 한국 반도체가 ‘반격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하지만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국 반도체가 전세계 시장 70%를 점유하고 있지만, 반도체 대일 수출 비중은 1%에 불과할 정도로 일본으로 향하는 물량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대만산 반도체를 많이 쓰고 있고 전자업체들이 공장을 해외로 상당부분 이전했기 때문에 일본 기업이 입을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통상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 국제통상위원장)는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가 당장 일본을 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할 경우 WTO 정합성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우리 대응 조치도 WTO 정합성에 맞춰 불화수소 허가등 사태 전개를 주시하면서 추진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