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의 습격'…튀르키예·시리아 사망자 1만명 넘었다

튀르키예·시리아 사망자 1만1200명 넘어
USGS, 사망자 10만명 넘길 가능성 14%
시신 보관할 장소조차 없어 아비규환
65개국 도움의 손길…韓구호대도 도착
  • 등록 2023-02-08 오후 8:45:52

    수정 2023-02-08 오후 8:46:11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규모 7이 넘는 연쇄 지진이 발생한 튀르키예(터키)와 시리아에서 8일(현지시각) 현재 사망자가 1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남동부 카흐라만마라슈 시에서 구조대원들과 현지인들이 전날 강진에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생존자들을 수색하고 있다. (사진=EP)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진 발생 사흘째인 이날 튀르키예에서 사망자가 8574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주변 국가인 시리아는 당국과 반군 측 구조대 ‘하얀 헬멧’이 밝힌 것을 합친 사망자 수가 2500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AFP 통신은 이를 토대로 양국을 합친 사망자는 1만1200명을 넘겼다고 보도했다.

사망자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전망도 점차 비관적으로 바뀌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번 지진 사망자가 10만명을 넘길 가능성을 14%로 추정했다. 사망자가 1만∼10만명일 가능성은 30%로 내다봤다. USGS는 직전 보고서에서 이번 지진 사망자가 10만명이 넘길 가능성을 0%로 예측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날 최악의 경우 사망자가 2만명이 넘을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가장 큰 피해 지역으로 꼽히는 튀르키예 하타이주에선 사망자가 빠른 속도로 늘면서 시신을 보관할 장소조차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로이터 등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하타이주 한 병원 건물 바깥에 수십 구의 시신이 땅에 줄지어 누워 있었다며 참혹한 상황을 전했다.

시민들은 다시 올지 모르는 지진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거주지를 잃어 거리로 내몰린 시민들은 차량에서 밤을 보내고, 노숙하며 추운 겨울밤을 지새우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전날 튀르키예 81개 주(州) 가운데 지진 피해를 본 10개 주를 재난 지역으로 설정하고 3개월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20년째 장기 집권 중인 에르도안 대통령은 오는 5월 조기 대선을 앞두고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이날 지진 피해가 큰 남부 지역을 방문해 “지금 필요한 것은 단합”이라고 말했다.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덮친 지진은 6일 새벽 4시 17분 튀르키예 남부 도시 가지안테프에서 약 33㎞ 떨어진 내륙, 지하 17.9㎞에서 발생했다. 규모 7.8의 강진이 시민 대부분이 잠든 새벽 시간대에 덮치며 큰 인명 피해를 낳았다. 이후 9시간 뒤에는 튀르키예 카흐라만마라슈 북북동쪽 59㎞ 지점에서 규모 7.5의 지진이 추가로 발생했다.

작은 규모의 여진도 잇따르면서 튀르키예에서만 건물 6천여 채가 파괴됐고, 병원과 학교 등 생활 기반 시설까지 파괴되면서 금융시장도 출렁이고 있다. 튀르키예의 보르사 이스탄불 증권거래소는 추가 지수 하락을 막기 위해 이날 주식시장 거래를 중단했다. 튀르키예 주식시장이 문을 닫은 것은 1만70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1999년 튀르키예 대지진 이후 24년 만이다.

국가 기능이 비교적 정상 작동하는 튀르키예와 달리 내전으로 사실상 무정부 상태인 시리아의 상황은 훨씬 열악하다. 특히 시리아 서북부 지역은 튀르키예와 국경을 맞댄 작은 교차로를 통해서만 구호품을 조달할 수 있는데, 이 길마저 파괴돼 유엔(UN)은 이날 구호품 이송을 중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리아 정부는 구호 물품을 튀르키예 국경이 아닌 국가를 통해 전달하라고 요구하고 있어 지원 조치가 추가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국제사회가 앞다퉈 지원 의사를 밝히며 전 세계 65개국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우리나라 해외긴급구호대(KDRT)는 이날 오전 6시 57분께 튀르키예 남동부 가지안테프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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