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전 총리는 지난달 23일 국민의당 초청강연에서 “제가 둔해서 사회에서 일하는 게 도움 될지, 정치에 가서 하는 게 도움 될지 결정을 못하는 상황”이라며 “될 수 있으면 빨리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강연 후 기자들이 국민의당 합류 여부를 묻자 “정치를 할 건가 안할 건가도 결정 못했는데 어느 당에 갈지 어떻게...”라며 답변을 피했다. 당 선택에 앞서 정치를 할지 말지를 먼저 결정해야 한다는 얘기로 정치 참여에 대해서도 결론이 나지 않았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도 당 고민에 대한 일단도 드러냈다. 정 전 총리는 “양당이 다 장점도, 단점도 있다. 어느 당이 동반성장에 도움이 되는지 봐야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치 참여와 당을 놓고 고심중인 정 전 총리가 언제쯤 입장을 내놓을까. 선거구가 확정되고 각 당이 빠르면 5일부터 후보자 공천을 위한 경선에 들어가는 만큼, 빠르면 이번주중에 정치 참여 여부를 밝힐 가능성이 크다. 늦어도 다음주중에는 거취 표명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느 당이 동반성장에 도움이 되는지 봐야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정치권 입문은 거의 확실해보인다. 남아 있는 것은 더민주와 국민의당 중 어느 당을 선택하느냐다.
정 전 총리측도 더민주 입당설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정 전 총리쪽 사정을 잘 아는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당 지지도가 빠지면서 본인이 가서 뭘 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쉽지 않고 총리 주변에서도 더민주를 얘기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이번주에 입장 발표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 전 총리 성격상 직접 자신이 밝히기까지는 국민의당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오히려 흔들리고 있는 국민의당에 입당해 지지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면 일약 대선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다. 위험은 크지만 총선 선전에 기여하면 성과는 더 큰 것이다. 더욱이 더민주는 대선주자 선호도 1·2위를 다투는 문재인 전 대표가 버티고 있다. 정 전 총리 처지에서는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다. 국민의당에도 안철수 대표가 있기는 하지만, 아직 당내에 안 대표를 중심으로 한 패권이 형성돼 있지 않다. 충청권을 대표하는 정 전 총리가 하기에 따라서는 안 대표와 경쟁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 전 총리가 당에 입당한다고 해야 하는 거지. 그 전에는 알수 없다. 전날 저녁에 결정했어도 아침에 바꾸는 일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입당원서에 도장을 찍기까지는 어느 당을 선택할지 모를 일”이라고 봤다.
정 전 총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더민주와 국민의당의 야권재편 주도권 싸움은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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