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이란 경제공동위원회’에 민간경제사절단으로 참여하는 한 기업 관계자는 최근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지난달 경제제재 해제 이후 들떴던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었다. 29일 현지에서 10년 만에 ‘한-이란 경제공동위원회’가 열리지만 업계 상황은 잔칫집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기회의 땅’이라고 말하지만 ‘양날의 칼’처럼 악재 또한 적지 않기 때문이다.
25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대이란 수출 실적이 있는 국내 기업 453개사를 대상으로 2월 설문조사를 한 결과, 79%(358개사)가 ‘향후 이란에 대한 투자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란 투자를 고려 중’이라고 응답한 수출기업도 투자 규모는 10만 달러 미만(41.1%)로 소규모에 그쳤다. 응답 기업 80.1%는 ‘이란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막상 투자는 주저하는 상황이다.
투자를 고려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이란 투자환경의 불확실성’(50.8%)이 꼽혔다. ‘달러화 거래 불가능으로 인한 자금거래 애로’(15.9%) 응답보다 ‘기타’(32.1%) 응답이 더 많았다. 이란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이유가 복합적이라는 의미다. 대금결제 문제 이외에도 업계 숨통을 조이는 불안한 요소들이 적지 않은 셈이다.
수출기업 50.8% “이란 투자환경 불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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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앞으로는 이 같은 반사이익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홍정화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향후 이란 시장 전망에 대해 “기회의 장이면서 동시에 제재기간 동안 수입시장을 크게 잠식당한 중국, 시장 재진입이 예상되는 EU 국가들과의 치열한 각축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경제제재가 풀렸다고 하지만 현지에서 실제로 접해보면 막막한 게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윗선끼리 협의를 했더라도 말단 행정담당자들을 접해보면 인허가 등 복잡한 행정절차가 산적해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맡았던 한 발전사 관계자는 “청렴도·투명도가 아직은 형편없고 고위층끼리 합의를 해도 말단 공무원한테 가면 다른 말을 한다”며 “과거 인도네시아의 경우 필요한 서류를 하나 뽑는데도 급행료를 뒷돈으로 줘야 할 정도였는데 이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제재 해제 분위기가 말단까지 가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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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WTO 미가입국인 이란의 통상환경이 불안한 점, 개성공단처럼 가동이나 교역이 중단될 경우 정부보상 여부가 불투명한 점 등도 불안요소로 꼽는다. 수출 전문가들은 ‘이란 리스크’를 고려해 수출 전략을 다양하게 짜고 정부는 친밀한 교역 분위기를 만들 것을 주문한다.
이병우 센터장은 “이란 정부가 완제품 수입 규제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이란 기업과 전략적으로 제휴하면서 양쪽 모두 윈윈(win-win)하는 수출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이란 주변 아랍국까지도 파트너로 삼고 수출 진출지역을 확대해야 한다”며 “정부는 무역사고가 나더라도 안심하고 수출을 할 수 있도록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에서 보상해주는 안전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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