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만 광주行 전두환, 침묵·혐의부인…법정서 또 꾸벅꾸벅(종합)

재판장 교체로 27일 오후 인정신문 등 재판 갱신
작년 "왜 이래" 버럭…"사죄 않느냐"에 묵묵부답
"헬기 사격 없었다"며 기존 주장만 되풀이 해
  • 등록 2020-04-27 오후 4:39:20

    수정 2020-04-27 오후 5:54:00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5·18 민주화운동 관련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89)씨가 27일 오후 광주지법에 출석했다. 지난해 3월11일 피고인으로 법정에 선 지 13개월여 만이다.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씨가 27일 피고인 신분으로 광주지법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전씨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2017년 4월 출간한 회고록에서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오전 8시25분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선 전씨 부부는 낮 12시19분께 광주지법 법정동에 도착했다. 경호 차량 등 일행은 당초 예정됐던 정문이 아닌 후문을 통과해 청사로 진입했다. 정문엔 소복을 입은 오월 어머니회 회원들과 5·18 관련 시민단체들 등이 모여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광주 학살 책임지고 전두환은 사죄하라”는 등 구호를 외쳤다.

1년여 전 취재진 질문에 “왜 이래”라며 짜증 섞인 반응을 보였던 전씨는 이날 “왜 책임지지 않느냐” “죄를 짓고도 왜 반성하지 않느냐”는 등 질문에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경호원 뒤를 따라 법정으로 들어갔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이날 재판에서 전씨는 당시 헬기 사격은 없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전씨는 청각 보조장치를 한 채 부인 이순자씨 도움을 받아 신분 등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을 진행했다. 이후 “공소사실을 인정하느냐”는 재판부 질문에 “당시 헬기에서 사격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어 “헬기에서 사격했더라면 많은 희생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무모한 헬기 사격을 대한민국의 아들인 헬기 사격수 중위나 대위가 하지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후 고개를 가누지 못하고 잠이 들었다 깨기를 반복하자 전씨 변호인 측 요청으로 잠시 휴정하기도 했다. 한 방청객은 “전두환 살인마”라고 외치다 퇴정당하기도 했다. 오후 5시22분쯤 재판이 끝날 때까지 전씨는 조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다음 재판은 오는 6월 1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전일빌딩 헬기 사격 탄흔을 감식한 국과수 김동환 총기분석실장과 전남대 김희송 교수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질 예정이다.

전씨는 지난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고(故) 조비오 신부의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이 거짓이라고 주장하며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며 조 신부를 비난한 혐의로 기소됐다. 인정신문을 위해 지난해 한 차례 법정에 출석한 뒤 전씨 측은 건강상 이유를 들어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출석하지 않았지만 강원도 홍천에서 한가롭게 골프를 치거나 12·12 군사반란 주역들과 호화 만찬을 즐기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비난이 일었다.

전임 재판장이 총선 출마를 이유로 사직하면서 재판장이 바뀌게 돼 이날 공판 절차를 갱신하게 됐다. 향후 재판에서는 헬기 사격이 실제로 있었는지, 전씨가 이런 사실을 알고도 조 신부를 비판하는 내용을 회고록에 포함했는지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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