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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위안부라고 불렸던 23명의 생존 할머니 중 한 사람입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92) 할머니가 한·일 정부 간 위안부 합의 문건을 공개해 달라며 쓴 손편지를 7일 법원에 제출했다. 길 할머니는 죽기 전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연행 인정 여부에 대해 알고 싶다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서울고법 행정3부(재판장 문용선)는 이날 위안부 합의 협상문서를 공개하라며 송기호 변호사가 외교부를 상대로 낸 정보 비공개 처분 취소소송 항소심 9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송 변호사는 2016년 2월 외교부를 상대로 한·일 위안부 협상문서 중 일본이 주장하는 강제연행에 대한 우리 정부의 회담 문서를 공개해달라고 요청했다. 외교부가 이를 거절하자 송 변호사는 소송을 제기했다.
송 변호사는 변론을 마친 직후 길 할머니의 편지를 공개했다. 길 할머니는 호소문을 통해 “저는 위안부라고 불렸던 23명의 생존 할머니 중 한 사람”이라며 “13살에 일본에 의해 끌려가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당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제 나이 이제 92살이다. 제가 죽기 전에 꼭 진실을 밝히기를 원한다”며 “일본이 위안부 문제의 진실인 강제 연행을 인정했는지를 국민이 알게 해 주시기를 간절히 호소드린다”고 당부했다.
송 변호사는 “1심에서는 피해자 할머니의 권리구제와 (피해자 할머니들이) 기본적인 인간 존엄성을 침해당했기 때문에 한일관계 문제가 있어도 알 권리 차원에서 공개하라고 판단했었다”면서 “외교부는 신속히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16년 소송을 제기할 때만 해도 40명의 할머니가 생존해 계셨지만 지금은 22명 만이 계시다”며 “조금만 지나면 생전에 진실을 보지 못하고 일본 정부의 제대로 된 사죄를 듣지 못한 채 할머니들이 돌아가실 수도 있어 중대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변론을 마치고 다음 달 18일 오전 10시에 선고하기로 했다.
다음은 길 할머니가 쓴 손편지의 전문이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위안부라고 불렸던 23명의 생존 할머니 중 한 사람입니다. 저의 고향은 평양이고, 저는 13살에 일본에 의해 끌려가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당했습니다. 제 나이 이제 92살입니다. 저는 제가 죽기 전에 꼭 진실을 밝히기를 원합니다. 일본이 위안부 문제의 진실인 강제 연행을 인정했는지를 국민이 알게 해 주시기를 간절히 호소드립니다. 진심으로 호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