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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은 현재 자본시장법상 냉각기간(Cooling-off period) 적용을 받고 있다. 지난 4일 지분보유신고와 함께 경영참여를 선언, 공시 당일과 토·일요일을 제외한 5거래일(11일)까지 지분 추가 취득이 제한돼 있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내달 17일 임시주총에 참석할 주주를 확정하는 시한도 11일이다. 또 냉각기간에 취득한 지분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고 처분 명령 대상이다.
이번에 지분을 신고한 엘리엇어소시에이츠와 양대 축을 형성하는 엘리엇인터내셔널은 국내주식 취득에 필요한 외국인투자등록이 안된 상황이다. 따라서 엘리엇이 내달 17일 삼성물산 임시주총에서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은 7.12%로 확정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물산이 전격적으로 자사주 5.7%를 ‘백기사’ KCC에 매각키로 하면서 엘리엇의 추가 대응에 관심이 모아진다. 삼성 측은 기존 보유지분 13.9%와 함께 KCC로 넘겨 부활시킨 의결권을 합쳐 20%에 육박하는 19.8%를 확보하게 됐다. 자사주 매각 전 양측의 지분율 격차는 6.8%포인트였으나, 자사주가 KCC로 넘어가는 동시에 의결권이 부활하면서 격차가 12.6%포인트로 벌어졌다.
삼성의 반격카드에 맞서 엘리엇도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우호세력을 공개하며 맞불을 놓을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다만 엘리엇의 행보를 감안할 때 확고한 우호주주라면 이미 공개됐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엘리엇은 현 지분율로도 상법이 보장한 △임시주총 소집요구 △이사 해임건의 △회계장부 열람권 등을 행사할 수 있다. 엘리엇이 삼성물산 측에 현물배당을 요구한 것도 상법상 주주제안권을 활용한 것이다. 엘리엇이 지분을 추가 매입하거나 보조를 맞추는 투자자가 등장할 경우, 삼성측 지분율을 추격하면서 엘리엇의 ‘주특기’라 할 수 있는 법적공방외에 상법상 보장된 권한을 활용한 다양한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삼성그룹이 엘리엇의 공세를 차단하고 합병을 완료한다면 지분구도가 지금과 확연하게 달라진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현재 비율(1:0.35)로 합병을 완료하면 이재용 부회장(16.5%)과 특수관계인 포함 40.2%를 확보한다. 또 ‘백기사’ KCC도 삼성물산 자사주 매입분과 기존 제일모직 보유분을 합쳐 합병법인 지분 8.96%를 확보하게 된다. 삼성 측이 50% 육박하는 우호지분을 확보하는 셈이다. 반대로 현재 엘리엇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7.12%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합병 후에는 2.49%로 대폭 축소된다. 이 경우 사실상 지분경쟁의 의미는 사라진다.
다만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비율(1:0.35)이 논란에도 불구하고 현행 법령이 규정한 대로 산정된 점을 들어 법원이 엘리엇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 현재로선 우세하다. 삼성입장에서 반드시 통과시켜야 하는 합병이고, 지난해 삼성중공업·엔지니어링 합병 무산 사태를 겪은 삼성그룹이 이번에는 더 많은 준비를 하고 나섰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가처분이 기각되고 내달 17일 합병승인을 위한 주총이 예정대로 열릴 경우 표 대결로 이어진다. 삼성이 KCC에 이어 국내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의 지원을 받아 합병을 승인받아 예정대로 진행하면, 엘리엇 측은 주식매수청구가격 재산정 협상이나 주총 효력정치 가처분 소송 카드 등을 꺼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통상 기업 경영권 분쟁과 관련 사건은 동일한 재판부가 계속해서 담당한다는 점에서 첫 소송의 결과가 향후 전개될 수 있는 법적공방에서도 연관성을 지닌다는 것이 법조계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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