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오현 기자] 백현동 특혜 의혹 수사무마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정혁 전 고검장 측이 항소심에서도 수수한 금품은 ‘사건 수임료’라는 주장을 이어갔다.
| ‘백현동 수사무마 금품수수 의혹’을 받는 고검장 출신 임정혁(왼쪽) 변호사와 총경 출신 곽정기 변호사가 22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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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형사6-3부(재판장 이예슬)은 27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임 전 고검장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검찰 측은 항소 이유에 대해 “변호사의 금품 수수 행위의 사법의 공정성과 사회의 신뢰를 무너뜨린다”며 “특히 전관예우는 수사기관의 비난을 야기하고 법원도 실형 선고 등 엄정하게 처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전형적인 전관예우 사건이며 재범 가능성이 높고 범행 정황 등이 분명하고, 양형 권고형에 미치지 못한 원심은 가볍다”며 원심 구형과 같이 실형을 선고해달라고 청했다.
반면 임 전 고검장 측은 1심과 같이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회장에게 받은 1억원은 사건 수임료 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임 전 고검장 측 변호인은 “이번 사건은 변호사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는 사건이 전혀 아니다”라며 “퇴직하고 1년도 넘은 분한테 전관예우를 운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같은 혐의를 받는 곽정기 변호사가 1심에서 금품수수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 받은 점을 비교하며 양형이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임 전 고검장 측은 “(곽 변호사 사건 재판부는) 사건 수임에 인맥을 활용은 사실이나 수임 내지 처리방식이 부적절하더라도 그 자체가 법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며 “곽 변호사는 7억원을 수임하고 현금을 교부받았고 피고인은 1억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 21부(부장판사 허경무)는 지난 22일 경찰 고위직 출신 곽 변호사가 정 회장의 사건을 수임하면서 7억원의 수임료 외에 5000만원을 교부받은 사실에 대해서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사건을 소개시켜 준 현직 경찰에게 400만원을 건넨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로 인정했다. 또 임 전 고검장 측은 수임 약정서를 작성했더라도 정식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아 수임료로 볼 수 없다는 검찰 의견에 “업계 실무를 모르는 말씀”이라며 “실무계약하고 입금되는 순간 변호사 업무는 시작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다음 재판 기일에 사건 브로커로 활동한 이동규 전 KH부동산디벨롭먼트 회장과 임 전 고검장의 변호사 사무실의 사무장을 증인으로 부를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이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회장이 불구속 수사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전관 출신 변호사를 물색했고, 임 전 고검장이 그 대가로 10억원의 수임료를 요구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고액의 수임료가 부담된 정 대표가 1억원을 계좌로 입금하고 나머지 9억원은 성공보수로 지급하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항소심 재판의 쟁점은 10억원을 누가 먼저 말했는지와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은 계기,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않은 경위 등이 될 전망이다. 변호사법 111조 1항에 따르면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 또는 사무에 관해 청탁 또는 알선을 한다는 명목으로 금품ㆍ향응, 그 밖의 이익을 받거나 제3자에게 이를 공여하게 하면 징역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앞서 임 전 고검장은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과 벌금 1억원 추징을 선고받았다. 이에 검찰은 형이 가볍다며, 임 전 고검장 측은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다.
다음 기일은 내년 3월 5일 오후 4시로 예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