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제2의 중동 붐’을 일으키겠다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의지가 또 한번 결실을 거뒀다. 한화건설이 경기도 분당급 신도시 건설사업을 진행 중인 이라크 비스마야 지역에서 2조원대 초대형 공사를 수주한 것이다. 김 회장이 2년 4개월 동안의 경영 공백을 깨고 지난해 12월 업무에 복귀한 지 4개월 만이다.
한화그룹은 한화건설이 이라크 정부가 발주한 21억 2000만 달러(약 2조 3400억원) 규모의 비스마야 신도시 사회기반시설(SOC) 공사를 따냈다고 6일 밝혔다. 이 프로젝트는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동남쪽으로 10여㎞ 떨어진 비스마야 지역에 도로·상하수도 등을 비롯해 병원·경찰서·소방서·학교 300여곳 등 기반시설을 조성하는 것이다. 한화건설은 2012년 이라크 정부가 발주한 80억 달러 규모의 신도시 건설 공사를 수주해 이 일대에 아파트 10만 가구를 짓고 있다. 신도시 착공 3년 만에 전체 사업비의 4분의 1에 이르는 대형 공사를 추가로 따낸 것이다.
김 회장은 경영 일선에 돌아온 이후 중동 사업에 큰 애착을 보여 왔다. 지난해 12월 7일에는 출근 재개 사흘 만에 광어회 600인분을 싣고 이라크 건설 현장을 직접 찾기도 했다. 현지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고 추가 사업 진출을 노린 포석이었다. 김 회장의 막내아들(3남)인 김동선 한화건설 과장도 작년 10월 입사 이후 비스마야 현장을 찾아 사업을 챙겼고 이번 수주 계약에서도 끝까지 현장을 지켰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이번 수주는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 이후 첫 낭보라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중동을 김 회장이 지난 2007년 해외에서 신성장 동력을 찾겠다며 강조해온 글로벌 경영의 전초 진지로 해석한다. 한화건설은 이번 공사 수주를 포함해 이라크 비스마야에서만 모두 100억 달러가 넘는 공사를 진행하게 됐다. 비스마야 신도시에는 오는 6월 A1 블록 아파트 1440가구의 첫 완공을 시작으로 연간 2만 가구씩 오는 2019년까지 총 8개 타운, 59개 블록에 약 60만 명이 거주하는 아파트 834개 동이 들어설 예정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이라크 정부가 전후 복구 사업의 하나로 계획하고 있는 100만 호 주택 건설 공사는 물론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중동 지역 사업 진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동에서의 성과가 이라크에만 국한한 것은 아니다. 한화케미칼이 사우디아라비아 민간 석유화학 회사인 시프켐과 8억 달러를 합작 투자해 2011년 설립한 인터내셔널폴리머스(IPC)도 최근 현지 상업 생산에 들어갔다. 원가 절감 등 그룹의 유화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산유국에 직접 생산 거점을 확보한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한화케미칼의 IPC 사업도 김 회장이 과거 직접 현지 진출을 지시한 것이 계기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