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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온라인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영국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기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한다고 답한 비율은 전체 응답자 가운데 25%에 그쳤다. 4명 중 1명만 외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2~5월 말까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덴마크와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에서는 마스크를 정기적으로 착용한다는 응답이 10% 미만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보건당국 관계자 및 정치인 등이 의료진을 위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지 말라고 주장했던 것이 주된 원인으로 꼽혔다. N95 수준 이상의 마스크만이 효과가 있다는 등 의료진과 과학자들 간 의견이 엇갈린 것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샌프란시스코대학의 제러미 하워드 의료데이터 박사는 “마스크 착용시 코로나19 감염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의료 전문가들의 신뢰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제는 각국 정부와 보건당국 전문가들이 앞장서 마스크 착용을 독려하고 있다. 또 수제 또는 의료용 마스크만으로도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는 데 과학자들과 의료진 간 의견도 일치하고 있다. 실례로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 역시 코로나19 발병 초기에는 의료진 물량 확보 등의 이유로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마스크 착용을 옹호하고 있다.
문화적으로 마스크 착용시 범죄자나 환자로 여겨진다는 점도 한 원인이다. WSJ은 “일부 국가에선 야외 집회 또는 시위할 때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오스트리아, 프랑스, 벨기에에선 공공장소에서 ‘이슬람식 베일’을 쓰는 것을 금하고 있다. 또 은행에선 보안상의 이유로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오스트리아의 세바스티안 쿠르츠 총리는 지난 4월 “마스크 착용이 문화적으로 익숙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면서도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마스크를 필히 착용해야 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라우터바흐는 “의사들이 마스크를 쓴지 100년이 넘었다. 모든 의과대학생들은 마스크가 감염을 예방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얼굴(안면)이 곧 정체성이라고 생각하는 문화에서는 마스크 수용도가 매우 낮다”고 진단했다.
한편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서양 국가들의 모습은 한국이나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과는 극명히 대비된다. 아시아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국민들 대다수가 마스크를 자발적으로 착용, 봉쇄 없이도 신규 확진자수가 낮게 유지되고 있다.
750만명의 인구가 밀집해 있는 홍콩에선 코로나19 사망자가 6명에 그치고 있는데, 마스크 착용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홍콩에서 오전 출근 시간대 마스크 착용률은 97%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마스크를 쓰지 않는 3%는 미국인이나 유럽인이라고 홍콩 코로나바이러스 전문가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