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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지난 2009년 고(故) 장자연씨 사망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작업이 9년 만에 이뤄졌지만 핵심인 성접대 강요와 수사외압 의혹의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채 마무리됐다.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는 20일 오후 4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 존재 여부에 대한 진상규명이 불가능하다며 성범죄 의혹 재수사가 어렵다는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실무조직인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은 지난해 4월부터 13개월 간 84명을 대상으로 이 사건 조사를 벌였지만 강제수사권 부재 등의 한계 때문에 실체적 진실 파악에는 사실상 실패했다.
“장자연 리스트 확인 안돼”…조선일보 외압 의혹은 인정
이 사건은 신인배우인 장씨가 지난 2009년 3월 30살의 나이에 문건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다. 장씨가 직접 쓴 4장짜리 문건에는 그가 `조선일보 방사장` 등 당시 유력 언론사 사주와 방송사 PD, 경제계 인사 등에게 강요를 받아 술 접대와 성 접대를 했다고 기록한 내용이 있다. 또 당시 소속사 대표에게 상습적인 폭행과 욕설에 시달렸다고 적었다. 검찰은 폭행 및 협박 혐의로 장씨의 소속사 대표인 김모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전 매니저 유모씨를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이른바 문건에 거론된 10여 명의 유력 인사들에 대해선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려 거센 논란을 낳았다.
과거사위는 반면 장씨 전 기획사 대표 김모씨가 장씨 등을 개인적인 술접대에 이용하거나 강압적으로 술접대를 시킨 사실이 있다고 했다. 과거사위는 “이 때문에 신인 연기자가 자신의 생명을 포기하도록 한 주요 요인이 됐다”고 짚었다. 또 조선일보 측이 방상훈 사장에 대한 경찰 조사를 막기 위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인정했다. 당시 조선일보 사회부장이 조현오 경기경찰청장을 찾아가 방 사장을 조사하지 말라며 압력을 행사하고 협박했다고 밝혔다.
증인 진술논란·강제수사권 부재에 한계 `역력`
이 사건은 지난 10년간 대표적인 권력형 성범죄 사건으로 인식됐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미투(Me Too) 운동에 힘입어 장씨 사망 3290일 만인 지난해 4월 진상규명 작업이 시작됐다. 진상조사단은 술접대 자리에서 장씨를 추행한 의혹을 받고도 당시 불기소 처분된 기자 출신 정치인 A씨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부실했다고 판단했다. 과거사위 권고로 검찰은 A씨에 대한 재수사에 착수해 지난해 6월 강제추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진상조사단 내부에서 윤씨의 진술 신빙성을 두고 의문이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윤씨가 갑자기 캐나다로 출국하면서 논란이 더 커지기도 했다. 조사단은 이 사건 수사 및 공판기록과 당시 수사검사가 개인적으로 보관한 휴대폰 통화내용, 디지털포렌식 복구자료 등을 검토했다. 또 장씨 동료와 지인, 유족, 기획사 직원, 당시 경찰 수사팀과 지휘부, 조선일보 관계자 등 84명의 진술을 들었다.
그러나 압수수색과 강제소환 등 강제수사권이 없는 탓에 결정적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사위는 “장씨의 행적과 다이어리·수첩 등 개인기록, 통화내역 원본, 휴대폰·컴퓨터·메모리칩의 디지털포렌식 복구자료 등을 확인할 수 없었다”며 “기획사 대표 김씨 등 의혹 관련자들이 면담을 거부해 조사에 한계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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