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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정희 이윤화 기자] 러시아가 1981년 볼세비키 혁명 이후 처음으로 외화부채를 못 갚은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위기에 처했지만 국내 외환·채권시장은 오히려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완화되며 평온한 모습을 보였다.
16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242.80원)보다 7.10원 하락한 1235.70원에 거래를 마쳤다. 나흘 만에 하락하며 원화가 달러대비 상승 마감했다. 환율이 종가 기준 1240원 밑으로 내려온 것도 사흘 만이다.
채권시장에선 국채 선물 가격이 외국인들의 순매수 전환에 소폭 상승했다. 3년만기 국채선물(KTB)은 6틱 오른 107.43에 거래를 마쳤다. 지표금리인 국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17%포인트 하락한 2.268%로 내려 앉았다.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각각 1.44%, 2.36% 상승하는 등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크게 완화된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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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디폴트 가능성이 수 차례 거론되면서 금융시장에 충분히 반영돼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시장에선 우리나라 시각으로 17일 새벽에 공개되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를 기다리면서 중국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화 메시지, 유가 하락 등 인플레이션 우려 완화에 더 초점을 맞췄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밑으로 내려오면서 원유 수입국인 우리나라로선 안도 랠리가 펼쳐졌다. 다만 유가 하락이 중국의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선전 지역 셧다운(봉쇄) 등 수요 감소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는 다시 시장의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러시아의 디폴트는 1981년 볼세비키 혁명 당시 외화 부채 디폴트, 1998년 루블 부채 디폴트 이후 세 번째다. 러시아는 3월에만 16일을 포함해 21일, 28일, 21일까지 총 7억3100만달러의 이자를 지급해야 하고 연말까지 47억2200만달러를 갚아야 한다. 러시아의 외화 표시 채권은 주로 블랙록, 피델리티 및 글로벌 연기금, 국부펀드 등이 보유하고 있고 390억달러에 달한다.
아직까지 러시아 디폴트가 국제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란 의견이 다수이지만 사태 전개에 따라 파급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나정환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시아가 디폴트 되더라도 1998년 금융위기 때와 달리 지불 능력이 있기 때문에 글로벌 시스템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서방국가들의 제재로 인해 6400억달러에 이르는 러시아 외환보유액 가운데 약 3000억달러가 동결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