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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수자인 HDC현산은 매도자인 금호산업은 물론 채권단과 수개월째 이견을 보여왔다. HDC현산은 코로나19 등 여파로 아시아나 인수환경이 크게 달라졌다며 인수조건 재검토와 이를 위한 12주간의 재실사를 요구했다.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지난해 7주간의 실사를 한 마당에 추가 재실사는 시간끌기에 불과하다며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시장에선 노딜 가능성을 유력하게 보고 있었다. 실제 채권단과 금호산업은 지난 12일부터 계약해지가 가능하며 HDC현산의 최종 의사를 확인한 뒤 통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지난 3일 기자 간담회에서 계약무산에 따른 모든 법적책임은 HDC현산에 있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 이 회장이 26일 정몽규 HDC현산 회장과 만나는 것도 계약해지를 염두에 두고 최종 인수의사 확인을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동안 두 사람은 두 차례 만났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이 회장의 통 큰 제안은 다음달 10일 임기만료를 앞두고 아시아나 매각문제를 반드시 마무리하겠다는 강력한 의사로 해석된다. 과감한 양보를 통해 HDC현산이 어떤 식으로든 결정하게 만들었다.
채권단, 공동투자 검토…HDC 수용할까?
HDC현산이 인수조건 변경을 수용하면 어떤 식으로 논의가 진행될 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 경우 HDC현산은 본래 인수금액인 2조5000억원 보다 1조 낮은 가격에 아시아나를 인수할 길이 열린다.
또 채권단이 영구채 8000억원을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는 방안도 HDC현산 측에 제안할 수 있다. 채권단은 당초 아시아나 인수가 마무리되면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돌려받을 계획이었지만 아시아나가 정상화를 위해 자금이 계속 필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계획을 미뤄두는 것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HDC현산이 제안을 수용하면 이러한 방안들을 두고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채권단이 매각대금을 최대 1조원 깎아준다고 해도 HDC현산이 받아들을지는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항공업계 회복을 기약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인수 후 추가로 소요될 경영자금을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HDC현산은 아시아나 인수금액의 10%인 2500억원의 계약금을 지급한 뒤 유상증자를 포함해 회사채·자산담보부대출 발행 등 약 1조7600억원을 조달했다. 금융비용만 연간 46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등 여파로 당장 지난해 12월 계약 이후 아시아나 부채는 추가로 2조8000억원 증가했다.
채권단은 향후 일정은 HDC현산의 답변 내용에 달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