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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공정위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주식 63.88%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대한항공은 “이번 공정위의 결정을 수용한다”며 “향후 해외지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 승인을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두 회사와 계열사인 3개 LCC계열사가 결합할 경우 중첩되는 노선 119개를 분석한 결과 34개 여객 노선(국제선 여객 26개·국내선 여객 8개)이 경쟁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항공업계는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 결정이 향후 대한항공의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경쟁당국이 조건부 승인하면서 총 14개국 중 8개국에서 기업결합을 승인받게 됐다.
문제는 남은 6개국의 승인 여부다. 현재 필수 신고 국가 중에선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일본의 심사가 남았고 임의 신고 국가 중에서는 영국과 호주의 승인이 남았다. 특히 EU 경우 독점에 대한 규제가 강해 공정위의 판단이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U는 대형항공사간 기업 결합이 항공업계 내 경쟁을 침해한다고 보고 있다. 그 핵심 근거가 회복 가능성이다. EU경쟁 당국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충분히 생존할 수 있는 항공사는 기업 결합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보고 불승인 결정을 내리고 있다. 에어캐나다와 에어트랜잿, IAG와 에어유로 기업 결합 불승인 사례가 대표적이다.
공정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이 법률상 예외인정 사유인 회생이 불가능한 회사와의 기업결합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아시아나항공이 현재 정상적으로 빚을 갚고 있고 영업실적이 개선되는 등 회복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어 “이는 아시아나항공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고 보고 있는 산업은행의 정책과 엇박자가 나고 있는 셈”이라며 “추후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공정위의 조치가 약한 수준이 아닌 만큼 해외 경쟁당국에서 이를 참조해 승인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업계에서는 공정위의 이번 조건부 승인이 향후 통합항공사의 시너지 효과를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정위가 슬롯과 운수권을 제한하는 구조적 조치가 이행되기까지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해 조치대상 각각의 노선에 대해 좌석공급 축소 금지조치와 운임인상 제한 등의 행태적 조치를 병행 부과했기 때문이다. 조치의 이행기간은 기업결합일로부터 10년이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산업은 외적인 변수에 영향을 크게 받아 시의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10년간 이행감시위원회의 존재는 항공사의 경영자율성을 떨어뜨려 통합 시너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가 항공업계의 경영 불확실성을 조기 해소하고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운수권·슬롯 반납 노선 참여 등으로 항공업계의 경쟁시스템이 강화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LCC들의 실제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운항시간 3시간 미만의 단거리 노선에서 박리다매로 수익을 내는 LCC업계가 국제선 등 중장거리 노선에 뛰어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내 LCC는 중소형기만 보유하고 있다. 최근 LCC들이 중대형기 도입 계획을 밝히고 있지만 운항 경험이 부족하다. 외국항공사만 배불릴 수 있다는 얘기다.
LCC들은 또 국내선 슬롯 이전에 10년이라는 이행 기간이 부과된 점도 아쉽다는 입장이다. LCC 관계자는 “국내선 슬롯 이전은 국제선과 다르게 국내 정부기관의 시행조치로 즉시 이전이 가능하다”며 “소비자 편익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라면 굳이 10년이라는 이행기간을 둘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공정위 조치는 결과적으로 단거리 노선 경우 통합항공사의 독과점이 심해지고 장거리 노선 경우 외항사에 시장을 내어주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