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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예전에는 올림픽 월드컵을 할 때 국내든 해외든 전자제품 등이 엄청 팔렸는데, 올해는 그런 게 없다고 야단입니다.”
산업계, 특히 IT·전자 쪽 사람들과 수시로 만난다는 주대영 산업연구원 기계전자산업팀 연구위원이 최근 털어놓은 걱정이다. 오는 8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열리지만 자칫 체육계만의 축제로 끝나버릴 수도 있다는 말이다. 당장 브라질 경제부터 바닥을 기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브라질의 경제성장률은 -3.5%에 그칠 전망이다.
주 연구위원은 “리우 올림픽 뿐만이 아니다”면서 “지금 (수출이 잘) 될 만한 품목이 없다. 화장품 등 몇 가지가 있지만 규모가 턱없이 작다. 우리가 팔 만한 시장이 모두 침체돼 있다”고 했다.
최근 대(對)중국 수출기업 101곳과 설문을 했던 류승민 국제무역연구원 동향분석실 선임연구원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있었다.
류 선임연구원은 “중국 제품의 기술과 품질이 향상되고 있다”면서 “중국의 중간재 자급률이 오르고 있다”고 했다.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주종목’ 중 하나가 중간재다. 중간재 수출이 여의치 않으면 그만큼 우리 경제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대중국 수출의 중간재 비중은 지난 2000년 84.9%에서 지난해 71.8%로 줄었다.
이런 우려는 통계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에 이어 이번달에도 ‘수출 쇼크’ 기류가 감돌고 있는 것이다.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20일까지 올해 들어 우리 수출(통관실적 기준)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3% 줄었다. 지난달 18.8% 감소했는데, 이번달에도 현재까지 17.3% 줄어들었다.
산업계 안팎에는 호재를 찾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주력 제품군은 모조리 감소 일변도이고, 신성장 제품군은 아예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위기에 대응해 오히려 몸을 바짝 엎드리고 있다. 금융권에 이어 실물로 옮겨붙은 구조조정 여파가 현재진행형이다.
주대영 연구위원은 “그나마 베트남 인도네시아 시장 등이 괜찮다고는 하지만 그 구매력이 다른 신흥국들만 못하다”면서 “국제유가 급락도 결국 소비가 줄어든 영향”이라고 했다.
백다미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전세계 수출시장은 금액과 물량 모두 역성장했는데, 우리와 미국 중국 일본 독일 등 주요국과 경쟁은 오히려 더 심화됐다”고 분석했다.
삼성 갤럭시S7, LG G5 첫 공개…수출첨병 주목
이런 와중에 ‘구세주’로 기대를 모으는 게 스마트폰 신제품이다. 세계 최대 모바일전시회 ‘MWC 2016’에서 공개된 삼성전자(005930)의 ‘갤럭시S7’과 LG전자(066570)의 ‘G5’다. “정보통신(IT) 신제품 출시가 성공한다면 국내 수출 경기도 반등을 모색할 수 있을 것”(김진명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이라는 전망까지 있을 정도다.
이는 스마트폰의 영향력이 그 제품 하나에 그치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를테면 갤럭시S7에 탑재되는 부품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8890 등)와 디스플레이(5.1·5.5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 메모리 등은 계열사들의 실적과도 직결돼 있다. 스마트폰이 살아나면 관련 부품의 수출도 날개를 달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김상표 KB투자증권 IT담당 연구원은 “중국 화웨이의 스마트폰 ‘P9’ 출시가 연기됐고 애플 아이폰도 출하량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내 업체들의 프리미엄시장 점유율 확보가 예년보다 용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