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살아나나 싶었는데"…엎친 데 덮친 한국증시 '초비상'

‘파월 발톱’에 코스피 바들바들…반도체 쇼크 ‘엎친데 덮쳐’
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코스피·코스닥 동반 하락
시장 변동성 커지며 2450선 지지력 테스트
“더 떨어지기 어렵다”면서도 반도체 부진은 부담
  • 등록 2024-12-19 오후 4:35:38

    수정 2024-12-19 오후 9:12:14

[이데일리 이정현 김응태 기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이 발톱을 드러내자 한국 증시가 사시나무처럼 떨었다. 비상계엄 여파를 겨우 수습했나 싶었는데 금리 인하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여기에 반도체 업황 둔화까지 예고되는 등 설상가상이다.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서 취재진이 딜링룸 현황판에 표시된 코스피,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를 살피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19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95%(48.51포인트) 내린 2435.92에 장을 마감했다. 간밤 종료된 12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기존보다 0.25%포인트 낮추기로 했으나 추가 금리 인하 여부를 놓고 노이즈가 나오면서 투자심리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인플레이션이 강해지면 금리 인하 속도를 더 낮출 수도 있다는 파월 의장의 발언에 대해 시장이 ‘금리 동결’ 가능성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해석하면서다.

파월 의장의 매파적인 발언으로 당분간 시장 변동성이 커질 전망이다. 다만 한국 증시가 예상보다 선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밸류에이션 부담에도 불구하고 고공행진을 이어온 미국 등 글로벌 증시와 달리 코스피 지수는 정치적 혼란이라는 악재 속에 약세 흐름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2450선을 중심으로 코스피 지수가 다시한번 지지력 테스트에 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11월 이후 내내 소외되는 과정에서 예상 가능한 악재들은 대부분 선반영해왔으며, 밸류에이션 상으로 밀릴 여지가 적어진 구간”이라며 “환율 급등이 부담스럽긴하나 고환율은 구조적인 변화가 반영된 뉴노멀 성격도 있으며, 수출업체들에게는 환율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구간에 다시 진입했다는 점도 되새겨볼만 하다”고 말했다.

한국 증시 주도주인 반도체 관련주의 업황 전망에 그늘이 드리운 건 걱정스럽다. 주요 메모리 반도체 기업 중 가장 먼저 실적을 공개해 반도체 시장 ‘바로미터’로 통하는 마이크론이 내년에도 부진할 것이란 가이던스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 시가총액 1위와 2위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각각 주가가 3.28%, 4.63% 하락마감했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컨센서스(시장 전망치)는 하향 조정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4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9조2888억원으로 한 달 전(9조7078억원) 대비 4.3% 감소했다. SK하이닉스의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도 8조481억원으로 추정돼 한 달 전(8조1898억원) 대비 1.7% 줄었다.

증권가에선 당분간 모멘텀 부재로 주가 회복이 쉽지 않은 가운데, 내년 2분기를 기점으로 범용 D램 재고 조정이 마무리되고 HBM 수요가 크게 확대되면서 업황이 되살아날 수 있다고 봤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업종의 변곡점은 내년 2분기가 될 것”이라며 “올해 2분기부터 시작된 재고 조정을 감안하면 최대 비수기는 내년 1분기가 될 가능성이 크지만, AI 사이클에서의 업계 체질 개선 포인트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내년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그래픽저장장치(GPU) ‘블랙웰 울트라’(B300) 출시가 반도체 업체 주가 회복의 주요 모멘텀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HBM은 GPU의 핵심 부품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B300이 범용 D램 반도체의 할당분을 잠식하면서 HBM 수요 증가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D램 산업의 구원투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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