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한글로 지킨 부족 언어·정체성”…인니 찌아찌아족 조명

NYT, 정체성 보전의 성공사례 소개
구전 고유어에 한글 도입…거리 표기도
당분간 중단됐다 2020년 활기 되찾아
  • 등록 2024-11-05 오후 3:15:01

    수정 2024-11-05 오후 3:15:01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지난 2009년 한글을 통해 부족의 언어와 정체성을 지킨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의 성공 사례를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조명했다.

인도네시아에는 700개가 넘는 소수민족 언어가 있다. 인도네시아 중부 부톤 섬에 사는 찌아찌아족 주민 9만3000명 또한 고유어 찌아찌아어를 사용한다. 이들 소수민족 언어 대부분 문자 없이 구전으로 전해지는데, 인도네시아 공식 언어인 바하사 인도네시아어 도입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한글을 공부하는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주 부톤섬 바우바우에 있는 한 초등학교. (사진=AFP)
부톤 섬 바우바우 지역의 아미룰 타밈 전 시장은 “언어는 공동체의 유산이자 문명의 표상”이라며 “자체 문자가 없는 언어는 그 고유성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당초 찌아찌아족은 부톤 섬에서 1500년대로 사용된 아랍어 도입도 고려했으나, 음질 기반의 찌아찌아어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2009년 한글이 대안으로 제시됐고, 이후 바우바우에서 두 명의 교사가 한국에서 한글을 배우고 찌아찌아어 교육 방법을 연구했다.

찌아찌아족인 아비딘은 서울대에서 6개월간 한글을 배우며 찌아찌아어를 한글로 표기하는 방안을 연구했다. 그는 “한글로 찌아찌아어의 특정 발음과 억양을 표기할 수 있다”면서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상당히 유사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한글이 문화적 지배나 정체성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도 있다. 하지만 부족 언어와 정체성을 지키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견해가 더 힘을 얻는다.

찌아찌아족의 한글 도입은 교사 부족 등으로 지난 10여년 동안 중단됐다가 2020년 한글로 표기된 찌아찌아어 사전이 출판되면서 다시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고 NYT는 전했다. 현재 바우바우의 소라올리오 지역에서는 거리, 학교, 공공시설 이름이 알파벳과 한글로 각각 표기되기 되고, 초등학교 4~6학년 학생들이 한글을 배우고 있다.

찌아찌아어는 여전히 구어 중심의 언어로, 한글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부족 구성원은 소수라고 NYT는 전했다.

이에 찌아찌아어 보존을 위해 부족 장로들과 지역 학자들은 각종 전승을 한글로 기록하고 있다.

바우바우에 거주하는 사회학자 라 오데 알리르만은 “언어가 사라지면 부족의 정체성과 지혜 또한 사라진다”며 “민담을 글로 남겨 후세에 부족의 정체성, 역사 등을 전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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