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쪽방촌 소유주, 3기신도시 토지주와 손잡는다

정부 상대 위헌 소송 검토…쪽방촌 세입자와 협의도 추진
  • 등록 2021-02-22 오후 3:37:54

    수정 2021-02-22 오후 11:40:18

[이데일리 김나리 기자] 정부의 공공주택 개발사업 추진으로 현금청산 위기에 놓인 서울역 인근 ‘동자동 쪽방촌’ 건물·토지 소유주들이 3기신도시 토지주 등과 손잡고 공동대응에 나선다. 이들은 위헌 소송을 준비함과 동시에 쪽방촌 세입자들과의 협의에도 나설 전망이다.

(사진=후암특계1구역 준비추진위 제공)
후암1구역 준비추진위, 공전협 가입 타진

2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동자동 쪽방촌 일대 구역 소유주 모임인 ‘후암특계1구역(동자) 준비추진위원회(추진위)’가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공전협) 가입을 타진하고 있다.

공전협은 3기신도시를 포함한 전국 60여개 공공주택지구 토지주 등으로 구성된 단체로, 정부의 공공주택지구 지정에 따른 헐값의 토지 강제수용을 반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최근에는 LH에 3기신도시 내 공공자가주택 공급 반대 및 사전감정평가 폐지, 정당 보상 시행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추진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현재 공전협 가입을 준비 중”이라며 “개별 대응하기보다 마찬가지 입장에 있는 공전협 소속 다른 토지주들과 힘을 합쳐 대응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채관 공전협 의장도 “지난주 후암특계1구역 준비추진위 측에서 가입을 문의했다”며 “조만간 만남을 갖고 공동대응에 함께 나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추진위가 공전협과 손을 잡기로 한 이유는 최근 불거진 현금청산 문제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5일 동자동 인근 4만7000㎡에서 공공주택지구사업을 추진해 공공임대 1250가구와 공공분양 200가구, 민간분양 960가구 등 2410가구를 공급하겠단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정부 방침에 따라 이 구역에 실거주하지 않는 다주택 소유주는 현금청산을 당할 가능성이 커졌다. 추진위에 따르면 이 구역에는 타 지역으로 이주한 소유자가 90%에 가깝다. 추진위 측은 위헌 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추진위 관계자는 “기존 지구들은 대부분 논·밭으로 이뤄졌음에도 반발이 심했는데 이번엔 심지어 서울 도심 내 주거지가 지구로 지정된 것”이라며 “정부가 해서는 안될 사업을 너무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다는 변호사 의견을 받았다. 언제 위헌 소송을 제기할지 검토 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추진위 “쪽방 외 임차인 보호대책 없다” vs 국토부 “기존계획 변경 없어”

추진위는 개발을 위해 내세운 정부의 명분이 타당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봤다. 추진위 측은 “정부가 마치 그동안 이 구역에 기회를 줬으나 쪽방촌을 배제하느라 개발을 못했던 것처럼 명분을 쌓고 있는데, 우리 구역은 원래부터 쪽방촌에 계신 분들을 배제하고 개발하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없었다”며 “사업성을 추구하면서도 쪽방촌에 계신 분들까지 고려한 민간개발사업을 한창 진행하고 있었는데 관이 중간에 불쑥 이를 가로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지금 정부가 제시한 정도의 용적률이라면 충분히 기부채납도 하고 쪽방촌에 계신 분들과 더 좋은 그림도 그릴 수 있다”며 “민간으로 된다면 더 좋게 그분들을 모실 계획이 있기 때문에 쪽방촌 세입자 분들과의 만남의 자리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추진위는 정부가 쪽방촌 세입자를 제외한 다른 임차인들을 고려하지 않는 점도 문제라고 주장했다. 추진위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자체 조사를 보면 우리 구역 전체면적에서 30% 정도만 쪽방촌이고 나머지는 상가 등 근린생활시설과 일반 주거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며 “정부가 이 구역에는 쪽방촌만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는데, 막상 쪽방촌 외 임차인들은 이주대책 등이 따로 발표되지 않아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국토부는 여전히 이를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추진위 측은 최근 주민들의 의견서와 탄원서를 관할인 용산구청에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소유주 상당수가 의견서 양식을 수령하지 못했다며 지난 19일 마감된 의견서 제출 기간 연장 요청을 했으나 수락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국토부로부터 이날 오전 기간 연장이 불가하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국토부에는 소유주 및 쪽방촌 세입자들의 의견서를 정리해 주민 간의 협의와 합의가 필요하다는 요청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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