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공장 직원 입관식날 '합의금' 언급한 SPC…구체적인 금액까지

어머니 "내 딸의 온몸은 상처투성이..안전장치만 있었어도"
  • 등록 2022-10-24 오후 9:04:38

    수정 2022-10-24 오후 9:32:40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SPC 측이 숨진 20대 여성 근로자 A씨의 장례식장에서 유족들에게 합의금을 제안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이데일리 TV 캡쳐)
24일 MBC 보도에 따르면 A씨의 입관식을 마친 날 저녁 SPC 측 관계자들은 빈소에서 유족들에게 ‘합의금’을 언급했다. 형사고소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구체적인 금액까지 제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A씨의 어머니는 합의금을 받으면 딸의 진실을 알 수 없을 것 같아 거절했고, 다음날 변호사를 선임해 고소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A씨의 어머니가 입관식에서 마주한 딸의 온몸은 상처투성이였다고 했다. 그는 “(딸의) 얼굴에도 막 긁힌 자국, 흉터들이 있고, 팔 부러지고”라며 “(기계에) 안전장치만 있었어도 저는 딸을 잃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이 든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A씨의 어머니는 SPC 측이 장례식장에 빵을 보내온 것도 어처구니가 없다고 했다.

지난 20일 A씨의 장례식장에는 파리바게뜨 빵이 담긴 박스 2개가 놓였다. SPC 측이 직원 경조사 지원품(답례품) 명목으로 두고 간 것이었다. 구성품은 땅콩 크림빵과 단팥빵이었다.

A 씨는 밤샘 근무가 끝나갈 무렵인 15일 오전 6시께 샌드위치 소스 배합기(교반기)에 끼어 숨졌다.

A씨의 어머니는 “어떻게 사망자가 나온, 거기서 만든 빵을 장례식장에 갖다놓느냐. 그게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A씨의 어머니가 MBC와 인터뷰를 응한 시간, 국회 국정감사에는 SPL 강동석 대표가 출석해 의원들의 추궁을 피해가고 있었다.

SPL 제빵공장 사망 사고 희생자 추모 헌화 (사진=연합뉴스)
강 대표는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평택공장의 산업재해 사망사고와 관련해 연신 고개를 숙였다.

강 대표는 “이번 사건은 너무 다급한 상황이라 경황이 없어 사고자를 구조하려고 하는 활동이 먼저 진행된 것으로 안다”며 “비상 매뉴얼은 있지만 정확하게 답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강 대표는 그러면서도 본사인 SPC와 사전에 상의 여부, 허인영 회장의 지시 등에 대한 질의에는 “전혀 상의한 적이 없다”, “어떤 외압이나 연락을 받은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고 직접 지시 여부에 대해서는 “수사 중인 상황”이라며 즉답을 피해 전해철 환노위원장으로부터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를 지켜보던 A씨 어머니는 SPC 측의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며 “그냥 분노가 치밀어오른다. 잘못한 건 인정을 어쨌든 해야 할 것 아니냐. 책임을 질 사람은 저는 처벌이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SPC 측은 유족과의 합의 시도와 관련해 MBC에 “유가족들이 슬픔을 딛고 일어서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예우해 드리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20일 오후 서울 양재동 SPC 본사 앞에서 열린 평택 SPC 계열사 SPL의 제빵공장 사망 사고 희생자 서울 추모행사에서 성공회대 노학연대모임 가시 관계자가 대자보를 붙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경찰은 이날 경기 평택시 SPC 계열사인 SPL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근로자 사망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두 번째 합동감식을 실시했다.

지난 15일 해당 공장에서 사고가 발생한 직후, 경찰은 20일 SPL 본사와 공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 바 있다.

이날 합동 감식팀은 SPL 공장 3층에 있는 사고가 발생한 교반기 오작동 여부와 안전설비 확인 등 전반적인 공장 안전시설을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교반기 오작동 여부는 현 단계에서 확정하기 어렵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은 2주 정도 걸리는 국과수 정밀감정 조사 결과와 공장 관계자 등 조사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사고 원인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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