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 위기론’ 첫 언급
이 회장은 25일 경영권 불법 승계의혹 항소심 결심 공판 최후진술을 통해 “최근 들어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이렇게 많은 분들의 걱정과 응원을 접하면서 삼성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크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또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고 밝혔다. 이 회장이 삼성 위기론에 대해 발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회장은 “지금 맞이하고 있는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녹록지 않다”며 “하지만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 사랑을 받는 삼성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며 “부디 저의 소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허락해 주시기를 부탁 드린다”고 했다.
|
이 회장은 “그간 진행된 항소심 재판은 다시 한 번 제 자신과 회사 경영을 되돌아 보고 성찰할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다”며 “삼성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했던 것이 아닌가 하며 많은 시간 자책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하지만 저는 기업가로서 회사의 생존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늘 고민해 왔다”며 “이 사건 합병도 마찬가지다. 합병 추진을 보고 받고 두 회사의 미래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기 위해서 주주들께 피해를 입힌다거나 투자자들을 속인다든가 하는 그런 의도는 결단코 없었다”며 “그럼에도 여러 오해를 받은 것은 저의 부족함과 불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삼성 사법 리스크 우려한 재계
재계 일각에서는 최근 반도체 사업 부진과 주가 하락 등으로 주춤한 삼성이 또 다시 사법 리스크에 발목 잡힐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 회장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9년째 사법 리스크 탓에 제대로 된 경영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 회장은 2021년 4월부터 총 106회 열린 1심 공판에 대통령 해외 순방 동행 등을 제외하고 총 96번 출석했다. 1심 무죄 선고 이후에도 2심 공판에 총 5회 출석했다. 이 회장이 이날 언급했듯 현재 경영 상황이 녹록지 않음에도 사법 리스크에 여전히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재계 한 고위인사는 “이 회장에 대한 사법 리스크는 그 자신뿐만 아니라 삼성 내 주요 임원들이 모두 해당되는 문제”라며 “삼성이 과거보다 몸을 사리는 것은 사법 리스크 같은 외부 요인 영향이 크다”고 했다. 이 회장이 과감하게 투자를 결단하고 위기 극복 메시지를 내기에는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삼성그룹은 이번주 혹은 다음주 사장단 인사를 시작으로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을 발표한다. 이 회장은 ‘인사를 통한 메시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법 리스크를 털어내야 제대로 된 미래 준비에 나설 수 있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