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아이스크림·햄버거에 이어 소주·맥주 등 주류 업계가 잇달아 가격을 올리면서 물가 안정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정부가 잔뜩 긴장을 하는 모양세다. 가뜩이나 가공식품·외식물가가 높은 상황에서 나머지 업체들도 연쇄적으로 가격 인상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하이트진로의 소주 제품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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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날 하이트진로는 오는 9일부터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오리지널 출고가를 6.95% 올린다고 발표했다. 테라, 켈리 등 맥주 제품 출고가도 다음달 9일부터 평균 6.8% 올리기로 했다. 앞서 오비맥주도 지난달 11일부터 카스, 한맥 등 주요 제품의 공장 출고가를 평균 6.9% 인상한 데 이어 하이트진로도 맥주 제품 가격을 올린 것이다.
정부의 가격인상 자제 요청에 따라 앞서 한차례 가격 인상을 미뤘던 주류업계는 지속적인 원가부담 상승으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50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0% 감소했다.하이트진로는 주정 가격이 인상되면서 매분기마다 70억원 내외의 추가 원가 부담이 불가피한 것으로 전해진다.
원유가격 인상을 이유로 우유·아이스크림 가격이 잇달아 오르기도 했다. 롯데웰푸드는 이달 지난달 1일부터 아이스크림 제품 가격을 최대 25% 올렸다. 빙그레도 지난달 6일부터 메로나 가격을 17.2% 인상했다.
외식업계에서도 인상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맥도날드는 2일부터 빅맥 등 13개 메뉴의 가격을 평균 3.7%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맘스터치도 닭가슴살을 원료로 쓰는 버거 4종의 가격을 5%가량 인상했다.
정부에서는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나머지 업체들도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설 경우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가공식품·외식 물가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부담이 있다. 지난 7월 2.3%까지 낮아졌던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유가 상승세와 맞물려 지난 8월 3.4%로 급등한 뒤, 9월에는 3.7%까지 올랐다. 가공식품 물가는 지난 2월 10.4%로 최대 상승폭을 기록한 뒤 △4월 7.9% △7월 6.8% △9월 5.8%로 둔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체 물가상승률을 상회하는 상황이다. 외식 물가 역시 작년 9월 9.0%로 정점을 찍은 뒤 △4월 7.6% △8월 5.3% △9월 4.9% 등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이미 할당관세 등 원재료 부담 완화를 위한 지원은 다 한 상황에서 계속해서 가격인상 자제 요청만 하기에도 한계가 있다는 분위기다. 한 정부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원재료 부담 완화에 나서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면서도 “국제 유가 및 공공요금 인상으로 기업의 부담이 커진 부분은 이해하지만 원가부담 이상의 과도한 가격 인상은 물가안정 차원에서 자제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