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 등친 ‘을’…현대차 협력사 짬짜미로 1800억 부당이득

서울 양재동의 현대차 사옥 전경.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국내 최대 완성차 업체인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수년간 가격담합을 해온 협력업체 대표 등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이 4년간 담합해 챙긴 부당이득은 1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른바 ‘을’에게 당한 현대자동차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 이준식)는 알류미늄합금 업체인 알테크노메탈 회장 강모씨 등 7개 회사 관계자 13명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적발된 업체는 △알테크노메탈 △동남 △우신금속 △삼보산업 △한융금속 △세진메탈 △한국내화 등 7곳이다. 한국내화를 제외한 나머지 6개 업체는 모두 회장 또는 대표이사가 기소됐다. 이중 삼보산업과 한국내화는 각각 코스닥과 코스피 상장회사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2012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4년간 28회에 걸쳐 투찰가격, 낙찰순위 등을 담합해 현대자동차와 현대파워텍에 알루미늄합금을 납품한 혐의를 받는다.

알루미늄합급은 자동차 필수부품인 엔진 실린더, 변속기케이스 등을 만들 때 사용되는 재료다. 업체들은 현대자동차의 요구에 따라 고체 또는 액체 형태로 납품한다.

이들이 담합한 총 금액은 1조8525억원에 달하며 이를 통한 부당이득은 납품총액의 10%인 약 1800억원 수준이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알루미늄합금 생산제품(사진 = 서울중앙지검)

7개 업체가 담합을 통해 납품한 알루미늄합급은 소나타와 산타페 등 300만대에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담합으로 인해 한 대당 1만원 정도 원가가 상승했다고 추산했다.

현대자동차는 담합을 막기 위해 입찰일을 전날에 알려주는 등 여러 장치를 마련했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업체들은 현대자동차가 입찰일을 공지하는 즉시 호텔에 모여 회사 영업이익과 낙찰물량 등을 토대로 협의한 뒤 입찰에 응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현대자동차 측은 ‘업체들이 담합할 것으로 생각도 못했다.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며 “7개 업체 모두 담합 사실에 대해 모두 자백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알테크노메탈 회장 등이 연루된 조세포탈 사건을 수사하다가 알루미늄합금 업체의 조직적인 담합을 적발했다. 검찰은 공정거래위원회와 조달청 등에 유관기관에 통보해 행정처분이 이뤄지도록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