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정부말 IMF 외환위기에 가려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우리나라 민주주의 절차가 그때 비로소 완성됐다. 군대 사조직인 하나회 해체, 금융·부동산실명제 실시, 고위 공직자 재산 등록, 지방자치제 전면 시행, 역사 바로세우기 등 일일이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많다.
이중 역사 바로세우기는 문민정부와 그 이전 군사권위주의 정부를 나누는 잣대다. 김 전 대통령(YS)은 1993년 정권초부터 역사 바로세우기를 밀고 나갔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에 들어가야 한다’며 군부세력인 노태우 대통령의 민정당, 김종필 총재의 공화당과 3당 합당을 통해 정권을 창출한 것에 대한 오명을 씻어내려고 했던 의도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YS는 집권 첫해인 5월 13일 ‘역사 바로세우기 관련 특별담화’를 통해 “1980년 5월 광주의 유혈은 이 나라 민주주의의 밑거름이 되었다”면서 “분명히 말하거니와 오늘의 정부는 광주 민주화 운동의 연장선 위에 서 있는 민주 정부”라고 선언했다. 이는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정부패 사건과 맞물려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제정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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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 국립 5·18 민주묘지가 조성되고 5월 18일을 기념일로 지정해 정부가 공식적인 행사를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검찰에 의해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은 12·12 쿠데타와 부정부패에 대해 역사적 단죄를 받았다. 문민정부에서 정무장관을 지낸 김덕룡 겨레의 숲 공동대표는 23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나와 “제일 힘들었던 시기는 광주 민주화운동 이후에 (1983년 광주 민주화운동 3주년을 맞아) 생명을 걸고 23일간 단식을 하지 않았습니까. 그분의 성격으로 볼 때 도저히 끝낼 것 같지 않은데, 이거 어떻게 큰 사고가 나지 않나, 이런 안타까움이 있었다”며 광주민주화운동에 얽힌 YS의 인연을 소개했다.
YS는 취임 100일인 6월 3일 기자회견 통해 “5·16은 분명히 쿠데타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역사를 후퇴시킨 하나의 큰 시작이었다고 생각한다”며 5·16이 군사쿠데타라고 쐐기를 박았다. 그해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에서 “새 문민정부는 임시정부의 빛나는 정통성을 이어받고 있다. 민족의 역사는 바로 서야 한다”며 임시정부의 법통을 승계한 정권임을 분명히 했다.
YS의 역사 바로세우기에는 당시 김무성 민정수석(새누리당 대표)과 서청원 정무장관(새누리당 최고위원), 이인제 노동장관(새누리당 최고위원) 등이 최측근 참모로서 적극 앞장섰다.
현재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총대를 메고 있다. 김 대표는 최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아이들에게 긍정 사관을 심어주자는 좋은 뜻”이라면서 “개혁을 추진하면서 여론에 일희일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국민들도 좌편향 역사교과서를 바꿔야 한다는 면에서는 절대다수가 찬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 최고위원도 같은 회의에서, “역사교과서를 바꾸는 건 당연한 것”이라면서 “아직 집필도 안했는데, 친일 독재 미화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야당은 국정 교과서가 친일과 독재를 미화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YS의 정치적 분신인 차남 김현철 한양대 특임교수도 국정화에 맹공을 퍼부었다. 김 교수는 지난 7월 18일 트위터를 통해 “독재자 이승만 박정희를 미화시키기 위해 기를 쓰는 현정권과 관제언론들, 보수의 탈을 쓴 수구세력들의 과거 독재시절의 각종 악행들, 살인고문과 살인진압 그리고 야당탄압 노동탄압 그 잔혹사를 분명히 기억하고 있는데 일본의 역사왜곡과 거의 난형난제”라고 질타했다.
김 교수의 비판은 YS가 재임 기간중 단행한 역사 바로세우기를 현 정부가 전면적으로 퇴행시키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치적 아들을 자처한 김 대표와 정치적 대부로 (YS를) 모셨다는 서 최고위원은 김 교수와 함께 상주 역할을 하고 있다. 아이러니한 모습이다.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김영삼 대통령은 당시 조선총독부 건물을 철거하는 등 역사 바로 세우기에 누구보다 앞장섰다. 그런데 지금 박근혜 정부와 여당은 국정교과서로 오히려 역사를 왜곡하고 역사 굴절시키기에 나서고 있다. 역사왜곡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현재의 여당 대표가 과연 김영삼 대통령의 정치적 아들이라고 자처할 수 있는지 한번 돌아볼 일이라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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