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관철동 젊음의 거리에서 노점 상인들이 비가 오는 가운데 영업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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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노점상 재난지원금 지급을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부는 재난지원금 지급 조건으로 ‘사업자등록’을 내걸었지만, 노점상들은 대다수가 비허가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탁상행정’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점포를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은 “세금을 내고 장사하는 이들에게는 오히려 지원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고 불만을 표출하면서 ‘을’ 사이 갈등만 키운다는 지적이다.
8일 중소벤처기업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4차 재난지원금을 발표하면서 지방자치단체 등이 관리하는 노점상에게 사업자등록을 전제로 최고 50만원 ‘소득안정지원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도로점용허가나 영업신고, 상인회 가입 등을 통해 파악이 가능한 전국 약 4만개 노점상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고 예산 200억원을 편성했다.
그러나 노점상 업계에서는 이러한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원 방식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4일 1만3000여 개 노점상으로 구성된 민주노점상전국연합·전국노점상총연합 등 노점단체는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미 법·경제적 사각지대에 놓여 어쩔 수 없이 노점상을 운영하는 이들이 사업자등록을 하거나 코로나19 피해로 인한 손실을 입증한다는 것 자체가 가혹한 처사라는 이유에서다.
최인기 민주노점상전국연합회 수석부위원장은 “8000여 개 회원 노점상 중 사업자등록을 한 곳은 10%도 되지 않을 것”이라며 “노점상 중 기초생활수급 지원을 받는 상인의 경우 사업자등록으로 사업소득이 확인되면 수급이 축소되거나 박탈될 수 있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말했다. 재난지원금을 받기 위해 사업자등록을 할 경우 형편이 어려운 노점상의 수입이 오히려 더 줄어들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는 “노점상들은 개인정보가 공개되면 각 지자체의 과태료 부과, 고소고발, 노점상 통제 등 단속의 악용 수단으로 쓰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 민주노점상전국연합 등이 4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코로나19 4차 재난지원금 노점상 선별이 아닌 보편적 지원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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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등록 노점상도 지원을 받을 수는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급하는 한시생계지원금을 통해서다. 그러나 기준 중위도 소득 75% 이하, 지난해 소득 감소 등 요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지원을 받기는 더욱 까다롭다. 대부분 현금거래를 해 온 데다가 소득 자료를 잘 갖춰놓은 곳이 드물어 손실을 입증을 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민주노점상전국연합 관계자는 “정부가 노점상에 재난지원금을 준다고 미리 연락이라도 했더라면 이런 정책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정부가 진정 두터운 지원을 위한다면 현실성이 떨어지는 사업자등록 조건 대신 모든 노점상에 보편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점포를 운영하는 소상공인들도 노점상 재난지원금 지급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최근 “지원 대책에 노점상이 포함돼 세금 내면서 장사해 온 소상공인의 지원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논평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정부가 재난지원금의 폭만 넓히려고 하다가 오히려 갈등의 소지만 만들게 됐다”고 지적했다.
노점상 재난지원금 집행을 맡은 중소벤처기업부는 현재 지자체와 구체적인 노점상 현황을 파악 중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현재 지자체 노점상 현황 파악을 기다리고 있지만, 얼마나 집계될지는 아직 미지수”라며 “다만 노점상이 사업자등록을 하면 정부의 사회안전망에 편입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