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종호 기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8일 영결식을 끝으로 경기 수원 가족 선영에서 영면했다. 이 회장이 묻힌 수원 선영은
삼성전자(005930)가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수원사업장과 불과 10km 떨어져 있다. 장지는 삼성의 반도체 신화를 일군 상징성과 반도체에 대한 고인의 평소 애착 등을 고려한 결정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영결식 이후 이 회장을 태운 운구차는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을 떠나 생전 고인의 발자취가 담긴 용산구 한남동 자택과 리움미술관, 이태원동 승지원 등을 들렀다. 이후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거쳐 마지막 목적지이자 장지인 수원 선영에 도착했다. 장례는 묘역에서 비공개로 진행됐다.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유족을 비롯한 모든 참석자가 마스크를 착용한 채 엄숙히 이뤄졌다. 이 회장은 약 한 시간가량의 장례 절차를 마치고 묘역에 안장돼 영면에 들어갔다.
장지는 부인 홍라희 여사 뜻에 따라 고(故) 이병철 선대회장과 모친 박두을 여사가 묻힌 용인 선영이 아닌 수원 선영으로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수원 선영은 이 선대회장이 1967년 조성한 곳으로 그의 부모와 조부가 잠든 곳이다. 이 선대회장은 경남 의령 소재 선대의 묘를 옮겨오는 등 수원 선영을 가꿨지만 정작 본인은 경기 용인 에버랜드 인근에 있는 또 다른 선영에 묻혔다.
수원은 삼성전자 본사가 있는 지역으로 반도체 사업을 향한 이 회장 평생의 노력과 열망이 깃든 곳이다. 특히 수원 장안구 이목동 소재 선영과 수원사업장은 직선거리로 약 10km, 차량으로 20여분 거리에 불과하다. 삼성은 현재 삼성디지털시티로 불리는 수원사업장에 1969년 삼성전자공업주식회사를 설립하며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이래 한 차례도 본사 근거지를 바꾼 적이 없다.
실제 이 회장이 마지막으로 들른 화성사업장은 그가 1983년 이 선대회장과 함께 직접 사업장 부지를 확보하고 착공, 준공식까지 직접 챙길 정도로 애착이 깊은 곳이다. 이 회장은 1984년 기흥 삼성반도체통신 VLSI공장 준공식부터 2011년 화성 반도체 16라인 기공식과 이후 준공까지 총 8번의 공식 행사에 참석했다. 이 회장이 생전에 수원사업장과 화성 사업장을 자주 들렀던 만큼 이같은 애착을 고려해 장지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수원 선영은 삼성전자 서초 사옥 등과의 접근성도 좋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유족들 사이에서 이 선대회장이 묻힌 용인과 수원사업장이 있는 수원을 두고 이 회장의 장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고인의 평소 애착이 깊었던 반도체 사업장이 수원에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수원 선영을 장지로 결정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운구 행렬이 28일 오후 장지인 경기 수원 선산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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