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韓 성장률, 3.1→2.7→2.5%…고용·수출 부진 우려"

한은보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 낮춰
최저임금 부담, 반도체 수출 감소탓
경기 둔화로 올해 금리 인상 불확실
국가신용등급은 ‘안정적’ 현행 유지
  • 등록 2019-01-24 오후 3:57:19

    수정 2019-01-24 오후 3:57:19

문재인정부 출범 당시 3.1%를 기록했던 성장률이 작년부터 2%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2017년은 확정치, 2018년은 한국은행 속보치, 2019~2020년은 피치 전망치. 단위=%.[출처=한국은행, 피치]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한국의 성장률이 올해와 내년에 각각 2.5%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고용 부진이 우려되고 수출도 빠르게 악화할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민간 투자·수출 둔화로 韓 성장률 하락”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피치는 이날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현재 수준(AA-, 안정적)으로 유지하지만, 민간 투자·수출 둔화로 성장률이 하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성장률은 재작년에 3.1%를 기록했지만 작년(2.7%)부터 2%대로 떨어졌다. 올해·내년 2.5% 성장률 전망치는 한국은행의 전망치(2.6%)보다 낮은 수준이다.

피치는 성장률을 낮춘 대내 리스크로 일자리 문제를 지적했다. 피치는 최저임금이 2회 인상되면서 실업률이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저숙련 일자리 창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피치는 고용 부진에 경제활동인구 감소, 조선업 등 구조조정도 일정 부분 영향을 끼쳤다고 풀이했다.

대외 리스크도 우려대상이다. 피치는 글로벌 무역 갈등에 따른 하방 위험이 상당하다고 전망했다. 미중 무역갈등이 한국에 직접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제한적이나, 세계경제 성장 둔화에 따른 간접적인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봤다.

특히 피치는 최근 수개월간 반도체 수출 감소를 감안할 때 한국의 수출이 예상보다 빠르게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반도체 수출액이 작년 12월보다 8.3% 줄어, 26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이어 피치는 지난해 정상회담 이후 북한과의 긴장은 완화됐으나, 여전히 지정학적 위험이 국가 신용등급 제약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비핵화 진전 상황이 유엔 대북 제재를 해제하기에 불충분하고 외교적 논의가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피치는 내달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진전이 있을지 두고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단기간 내 통일이 될 가능성은 높지 않으나, 통일이 장기적으로 국가재정 상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금리 인상할지 불확실, 경기둔화탓”

현재 대외건전성, 재정건전성 리스크는 상대적으로 작았다. 피치는 경상수지 흑자가 몇년 더 지속할 것이라며 한국이 높은 대외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재정건전성 부문에서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가 28.6%로 AA 등급에 부합하다고 봤다. 다만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재정 확대로 부채 비율이 2022년에 43.7%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피치는 올해 추가 금리 인상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 경기 둔화에 따라 물가 압력이 완화될 가능성이 있어 금리 인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가계부채가 증가세이지만 최근 증가 속도가 둔화했다고 밝혔다. 이어 높은 가계 자산이 금융안정성 위험을 완화시켰다고 덧붙였다.

피치는 정부의 투명성 제고, 정경유착 해소 노력 등으로 거버넌스 부문이 개선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인당 국민소득은 AA 등급 중 가장 낮은 수준이나 전반적인 경제 발전 수준은 소득수준에 비해 높다고 밝혔다.

기업 환경도 190개국 중 5위(세계은행 집계)로 양호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피치는 향후 신용등급 상향 요인으로 △지정학적 위험의 구조적 완화 △정경분리 △생산성 개혁을 통해 가계부채의 악화 없는 성장률 상승 등을 꼽았다. △한반도 긴장의 상당한 악화 △예기치 못한 공공부문 부채 증가 △예상보다 낮은 중기 성장률은 하향 요인으로 꼽혔다.

문지성 기재부 국제금융과장은 “국제 신평사들에게 최신 대북(對北) 진전사항 및 한국경제 동향을 적시에 제공하겠다”며 “적극적으로 소통해 대외 신인도 관리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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