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롭긴 한데…” 탄핵 사태 바라보는 이웃국[중국나라]

비상계엄 선포→해제→탄핵안 통과까지 다사다난 韓
中 언론·온라인 큰 관심, 영화 ‘서울의 봄’ 인기 검색어
탄핵 절차 마냥 편하진 않아, 차기 정권 관심도 클 듯
  • 등록 2024-12-18 오후 5:33:13

    수정 2024-12-18 오후 7:28:24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윤석열 대통령이 갑자기 비상계엄을 하겠다고 한 지난 3일 밤. 중국판 카톡인 웨이신(위챗)에서는 중국인들이 ‘한국은 괜찮은 것인가’라고 물어왔다. 내심 크게 걱정했지만 ‘한국은 민주주의가 잘 갖춰진 곳으로 크게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 3일 저녁 서울역 TV에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예상대로 한국은 즉시 계엄을 해제했고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에 들어가는 등 빠르게 상황을 수습하고 있다. 일련의 과정은 이웃국인 중국에서도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관영 매체들은 한국 특파원들을 직접 여의도로 보내 생중계하고 관련 소식도 실시간으로 보도하고 있다.

중국의 바이두, 웨이보 등 소셜미디어(SNS)에서도 ‘비상계엄’이나 ‘탄핵소추안’ 같은 키워드가 인기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중국인들 또한 한국의 상황을 물어왔다.

한 중국인은 “나는 한국 민주주의의 저력을 믿는다, 금방 극복할 것”이라고 응원했다.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이런 말을 들을 것으로 생각한 적이 없기에 적잖이 당황하기도 했다.

바로 옆 한국에서 비상계엄이 터지고 국가 내란 의혹이 불거지고 대통령이 탄핵 위기를 맞는 초유의 상황은 중국인들에게 큰 관심거리가 됐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중국 내 모습을 보면 한국에서 흘러가는 상황에 대한 우려감도 비치고 있다.

우선 중국 정부의 반응이 대표적이다.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가 터지자마자 미국은 국무부는 물론 백악관 등 다수 기관에서 현재 사태의 안정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연이어 냈다. 외신들은 한국에서 왜 비상계엄이라는 일이 벌어졌는지 분석하는 보도가 이어졌다.

반면 중국 외교부는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이후 관련 입장을 묻는 질문에 “한국의 내정”이라며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국가안보와 관련해 중국을 직접 언급하자 외교부 정례브리핑에서 “크게 놀랐고 불만을 표한다”고 밝힌 게 가장 큰 반응이었다.

중국 언론에서도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스트레이트성 뉴스만 주로 나왔다. 중국 관영 중국중앙TV(CCTV)만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 압박과 야당의 고위공직자 탄핵 추진이 계기라고 짧게 분석했다.

중국 베이징의 거리를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AFP)


한국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는 가운데 중국 정부와 언론은 이번 사태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 전달에만 주력할 뿐 구체적으로 부연 설명을 달지 않는 모습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중국 당국이 한국에서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탄핵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각 정당이 더 많은 표를 받아 정권을 차지하는 한국 등 민주주의 국가와 달리 중국은 지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장기 집권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여차하면 국가 최고지도자도 끌어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중국 내 널리 알려봤자 이득을 볼 게 없는 상황이다.

비상계엄 사태가 터진 3일, 중국 최대 온라인 포털 바이두에서는 ‘서울의 봄’이라는 키워드가 인기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다.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이라는 대사를 남긴 동명의 영화는 12·12 군사반란을 소재로 했다.

중국 내에선 체제를 다룬 영화 등의 상영이 엄격히 제한되는데 이를 의식한 듯 해당 키워드는 금방 검색어 상위권에서 자취를 감췄다.

한편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한국 정권이 바뀔 여지도 있는 만큼 중국 또한 주목하진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중국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한 교민은 “중국 정부나 기업들이 한국의 상황을 알기 위해 연락이 부쩍 많이 오는 편”이라고 전했다. 겉으로 드러낼 수는 없지만 누구보다 중국 정부 차원의 높은 관심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땅도 넓고 사람도 많은 중국에서는 매일매일 다양한 일들이 벌어집니다. ‘오늘도 평화로운 중국나라(중국나라)’는 온라인 밈으로도 활용되는 ‘오늘도 평화로운 ○○나라’를 차용한 시리즈입니다. 황당하거나 재미있는 이야기뿐 아니라 감동과 의미도 줄 수 있는 중국의 다양한 이슈들을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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