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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지난달 4일 애플이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 등에 대해 동의의결을 신청했다고 4일 밝혔다. 동의의결이란 기업이 스스로 시정방안을 제안해 공정위가 받아들일 경우 위법 여부 판단까지 가지 않고 사건을 끝내는 제도다. 애플로서는 끝까지 가는 대신 절충안을 택한 셈이다.
애플은 통신사에게 광고비와 판촉비를 떠넘긴 일종의 갑질 혐의를 받고 있다. SKT(017670)·KT(030200)·LG유플러스(032640) 이동통신 3사는 지난 2009년 11월 아이폰 3GS 출시 후 새 아이폰이 나올 때마다 TV 광고 비용을 전액 부담해왔다. 광고 내용은 아이폰이지만 비용은 통신사가 내왔던 것이다.
공정위는 애플이 아이폰 고객은 다른 스마트폰을 쓰지 않고 아이폰만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는 특수성을 이용했다고 보고 있다. 통신사로서는 아이폰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고객을 다른 통신사에 뺏길 수 있기 때문에 애플의 광고비 떠넘기기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애플이 통신사에 아이폰 출시일과 출고가를 별도 협의 없이 통제한 것도 지위 남용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애플은 전국 대리점의 아이폰 진열대나 브로마이드가 자사 원칙을 지키는지도 감시하고 있다. 공정거래법 23조 5항은 거래 상대방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구속하는 조건으로 거래하거나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에 공정위는 지난 2016년 6월 애플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한 데 이어 지난해 4월에는 검찰의 공소장 격인 심사보고서를 애플에 보내고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3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심의를 진행해 왔다.
이 때문에 애플이 얼마나 제대로 된 시정안을 내놓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사업자가 동의의결을 신청하면 공정위는 전원회의 심의를 통해 절차 개시여부를 결정하고 잠정 동의의결안을 작성하는 절차를 거친다.
애플의 동의의결 신청서엔 시정방안과 소비자와 다른 사업자에 대한 상생방안 마련 등 두 가지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송상민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통상 동의의결 신청서는 거래질서 회복을 위해 사업자가 생각하는 방안과 소비자나 다른 사업자의 피해 예방과 구제 관련한 기금 등의 상생방안 두 부분을 담는다”며 “애플 신청서 역시 그러한 내용으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애플의 시정안을 불충분하다고 판단하면 동의의결 개시신청을 기각하고 다시 원래대로 심의 절차를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공정위는 시정안이 △제재와 얼마나 균형을 이룰지 △경쟁질서 회복과 소비자 보호에 적절할지 △행위 중대성 등 사건 성격에 비춰 적절한지 등을 고려한다.
송 국장은 “최근 동의의결 개시신청 기각이 연달아 있었지만 잣대가 엄격해진 것은 아니다”며 “통신사의 의견 등 이해관계를 반영해 애플이 제출한 시정방안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은 이날 공정위의 동의의결 신청 발표에 대해 유감의 입장을 밝혔다. 애플은 공식 입장을 통해 “공정위가 이 사안에 대해 취한 접근방식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어떠한 법률위반도 하지 않은 애플은 이에 강한 반대 의사를 밝힌다”고 전했다. 공정위 심의에 대해 당국과 마찰을 빚지 않고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일뿐 불법·위법 행위를 인정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애플은 다른 지역에서도 한국과 비슷한 방식으로 광고를 집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 동의의결 절차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칫 자신들이 잘못이 있다는 식으로 비칠 경우, 다른 국가의 경쟁감시 당국에서도 이를 문제 삼아 제재할 수 있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움직임은 퀄컴이나 SAP, 오라클 등 다른 다국적 IT 기업들이 앞서 공정위 조사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보인 흐름과도 유사하다. 이들 역시 한국에서 불리한 선례를 남길 경우 다른 국가에서도 불리한 판정이 나올 가능성을 우려하며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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