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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문득 외할머니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나를 바라보는 얼굴이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어 외할머니가 자신을 바라보던 시선은 당신의 외동딸(한강의 어머니)을 향한 것임을 알고 있었다고 설명하며 외할머니와 함께한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린다.
한 작가는 외할머니에 대해 “깃털 같은 머리칼을 동그랗게 들어올려 은비녀를 꽂은 사람, 반들반들한 주목 지팡이를 짚고 굽은 허리로 천천히 걷는 사람” 등으로 추억했다.
또 외할머니 부고를 접하고 외갓집에 내려간 날 마지막으로 본 외할머니의 모습에 대한 기억을 소환했다.
한편 지난 8월 처음 발행된 무크지 ‘보풀’에는 한강 작가를 비롯해 음악가 이햇빛, 사진작가 전명은, 전시기획자 최희승 등 4명이 ‘보푸라기’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음은 ‘보풀’ 제3호에 올라온 한강 작가의 ‘깃털’ 전문이다.
문득 외할머니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나를 바라보는 얼굴이다. 사랑이 담긴 눈으로 지그시 내 얼굴을 들여다보다가 손을 뻗어 등을 토닥이는 순간. 그 사랑이 사실은 당신의 외동딸을 향한 것이란 걸 나는 알고 있었다. 그렇게 등을 토닥인 다음엔 언제나 반복해 말씀하셨으니까. 엄마를 정말 닮았구나. 눈이 영락없이 똑같다.
외할머니에게는 자식이 둘뿐이었다. 큰아들이 태어난 뒤 막내딸을 얻기까지 십이 년에 걸쳐 세 아이를 낳았지만 모두 다섯 살이 되기 전에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늦게 얻은 막내딸의 둘째 아이인 나에게, 외할머니는 처음부터 흰 새의 깃털 같은 머리칼을 가진 분이었다.
그 깃털 같은 머리칼을 동그랗게 틀어올려 은비녀를 꽂은 사람. 반들반들한 주목 지팡이를 짚고 굽은 허리로 천천히 걷는 사람. 대학 1학년 여름방학에 혼자 외가로 내려가 며칠 머물다 올라오던 아침, 발톱을 깎아드리자 할머니는 ‘하나도 안 아프게 깎는다… (네 엄마가) 잘 키웠다’고 중얼거리며 내 머리를 쓸었다. 헤어질 때면 언제나 했던 인삿말을 그날도 하셨다. 아프지 마라. 엄마 말 잘 듣고. 그해 10월 부고를 듣고 외가에 내려간 밤, 먼저 내려와 있던 엄마는 나에게 물었다. 마지막으로 할머니 얼굴 볼래?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손을 잡고 병풍 뒤로 가 고요한 얼굴을 보여주었다.
유난히 흰 깃털을 가진 새를 볼 때, 스위치를 켠 것같이 심장 속 어둑한 방에 불이 들어올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