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한국거래소는 국제유가 반등을 노리고 원유 레버리지 상장지수증권(ETN)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모두 날릴 수도 있다고 다시 한 번 경고했다. 하루만에 유가가 전날 대비 50% 이상 떨어지면 ETN 본래의 가치가 ‘0원’이 되면서 영원히 거래가 정지되기 때문이다. 종국엔 상장폐지될 가능성도 크다.
| [이데일리 조지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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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거래소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하루 만에 50% 떨어질 경우 관련 레버리지 ETN은 추종지수의 2배를 따라가기 때문에 가격이 전날 대비 100% 하락하며 지표가치가 ‘0원’이 된다”며 “이 경우 즉시 거래가 정지되고, 다음날 유가가 100% 오른다고 해도 거래가 재개되는 일은 없다”고 설명했다. 0원에서 1% 오르건(0x1) 100%(0x100) 오르건 가치가 0원에 수렴하기 때문에 해당 ETN은 그 즉시 매매거래가 정지되고 투자자는 전액 손실을 본다는 얘기다.
지표가치가 0원이 되면 상장폐지로 몰릴 가능성도 높아진다. 거래소 관계자는 “지표가치가 0원이 되면 영원히 거래가 정지되기 때문에 궁극적으론 상장폐지가 될 것”이라며 “최종적으론 증권사가 상장폐지를 시킬지 말지를 결정하게 된다”고 언급했다. 실제 미국의 경우 레버리지·인버스 3배를 추종하는 원유 ETN의 경우 ‘페니주(1달러 미만의 동전주)’가 되면서 지난달 잇따라 상장폐지 수순을 밟은 바 있다.
현재 원유 레버리지 관련 ETN은 지표가치가 100원 미만임에도 불구하고 사겠다는 투자자들이 많아 실제 가치와 거래되는 가격이 열 배 가량의 차이가 난다. 예컨대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의 경우 현재 지표가치는 단돈 63원인데, 이날 6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증권사들이 개인들의 투자수요를 못맞춰서 이만큼 가격 차이(괴리율)가 벌어진 것이다. 이는 증권사들이 추가 물량만 조달해 상장시키기만 해도 다시 제 가격으로 돌아온다. 만약 금방이라도 증권사가 물량을 조달해 ETN이 제 가격인 63원으로 돌아올 경우, 연이어 5번을 상한가를 쳐야(매일 전날 대비 60% 상승) 비로소 구매한 가격인 650원에 도달할 수 있다.
이렇게 크게 괴리율이 벌어진 종목에 대해서 거래소는 연일 매매거래 정지로 대응 중이다. 거래소는 이날도 괴리율이 과도하게 벌어진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과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H)에 대해서 23~24일 매매 거래를 정지하기로 했다. 이들 두 종목은 이날 종가 기준 각각 928.16%, 231.87%까지 벌어진 상태다.
거래소는 거래 정지가 풀리는 오는 27일 두 상품의 매매거래를 단일가매매 방식으로 재개할 예정이다. 단일가매매의 경우 30분 단위로 매도호가와 매수호가를 합치시켜 매매를 체결시킨다. 괴리율을 낮추기 위한 고육지책이지만, 투자자 입장에선 더 비싸게 팔 수 있어도 그럴 수 없어지는 문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