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오비이락 靑 인권위 압박 공문 논란

조국 수사과정서 인권침해 여부 묻는 청원에 인권위 끌어들인 靑
靑은 ‘이첩’ 표현한 ‘공문’에 착오 송부였다고 해명
국민청원을 지렛대로 개입 의혹 산 靑
  • 등록 2020-01-15 오후 5:54:34

    수정 2020-01-15 오후 5:54:34

조국 전 법무장관과 관련된 청원에 답변하고 있는 강정수 디지털소통센터장(청와대 유튜브)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청와대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에 두 차례의 공문을 발송해 불필요한 오해를 사고 있다. 조 전 장관에 대한 찬반으로 분열됐던 국론이 가까스로 아물어가는 상황에서 다시금 청와대가 조 전 장관 사안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샀다.

전말은 이렇다. 지난해 10월 15일 조 전 장관이 수사 과정에서 인권 침해를 당했다며 조사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게재됐다. 답변 요건을 충족한 청원에 청와대는 답변 기한을 한 달 연장하면서 지난 13일 실명 진정서 접수시 인권위가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는 요지의 답변을 내놨다.

청와대의 설명에 따르면 청와대는 지난 7일 인권위에 국민청원을 첨부한 협조 공문을 보냈다. 청문에 대한 답변을 인권위에 요청한 것이다. 인권위는 8일 곤란함을 피력하며 진정서 접수 절차를 설명했다. 이를 기초로 8일 청와대에서 강정수 디지털소통센터장이 답변을 녹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가 된 것은 9일 다시 발송된 공문이다. 처음에 보냈던 공문과 거의 유사한 내용이지만 ‘이첩’이라는 점이 문제가 됐다. 독립기관인 인권위에 청와대가 청원 내용에 담긴 ‘조사’를 이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공문을 보낸 직후 잘못을 확인하고 폐기를 요청했다. 이에 인권위는 13일 폐기 요청 공문을 재송부해달라고 하면서 일단락 됐다. 청와대는 잇따라 공문을 접수한 데 대해 단순실수라고 해명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처음부터 두 가지 버전의 공문이 있었다는 점은 청와대가 인권위의 독립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다행히 내부 시스템에서 걸러져 단순 협조 공문이 발송됐지만 조 전 장관을 바라보는 청와대의 시선이나 검찰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굳이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맨 꼴이다.

한 달이라는 시한을 연장했음에도 지난 7일에서야 인권위에 공문을 보낸 배경도 의문이다. 지난해 12월 13일이 답변기한이었으나 기한을 연장하고도 약 25일이 지난 시점에서 인권위에 답변 요청 공문을 보낸 셈이다. 이는 검찰의 판단(12월 31일 불구속 기소)을 지켜본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청와대는 행정부와 분리된 요구를 하는 국민청원에 대해서는 답변을 해당 기관에 미루는 방식을 택해왔다. 그러나 이번 청원에서는 독립기관인 인권위에 답변을 요구했고 이에 거부를 당하면서 인권위 조사를 위한 진정 과정을 소상히 설명했다. ‘실명이 포함된 진정서’라는 가이드라인에서 인권위 진정서 접수를 돕고 있다는 인상마저 든다. 실제 해당 청원의 청원인이 직접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조 전 장관에 대해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며 “놓아주자”고 국민들에게 당부했다. 조 전 장관에 대한 유무죄는 재판 결과에 맡기자고도 했다. 청와대가 이번 사태에서 인권위를 바라보는 현실에서 문 대통령의 의중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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