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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말은 이렇다. 지난해 10월 15일 조 전 장관이 수사 과정에서 인권 침해를 당했다며 조사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게재됐다. 답변 요건을 충족한 청원에 청와대는 답변 기한을 한 달 연장하면서 지난 13일 실명 진정서 접수시 인권위가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는 요지의 답변을 내놨다.
청와대의 설명에 따르면 청와대는 지난 7일 인권위에 국민청원을 첨부한 협조 공문을 보냈다. 청문에 대한 답변을 인권위에 요청한 것이다. 인권위는 8일 곤란함을 피력하며 진정서 접수 절차를 설명했다. 이를 기초로 8일 청와대에서 강정수 디지털소통센터장이 답변을 녹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처음부터 두 가지 버전의 공문이 있었다는 점은 청와대가 인권위의 독립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다행히 내부 시스템에서 걸러져 단순 협조 공문이 발송됐지만 조 전 장관을 바라보는 청와대의 시선이나 검찰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굳이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맨 꼴이다.
한 달이라는 시한을 연장했음에도 지난 7일에서야 인권위에 공문을 보낸 배경도 의문이다. 지난해 12월 13일이 답변기한이었으나 기한을 연장하고도 약 25일이 지난 시점에서 인권위에 답변 요청 공문을 보낸 셈이다. 이는 검찰의 판단(12월 31일 불구속 기소)을 지켜본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조 전 장관에 대해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며 “놓아주자”고 국민들에게 당부했다. 조 전 장관에 대한 유무죄는 재판 결과에 맡기자고도 했다. 청와대가 이번 사태에서 인권위를 바라보는 현실에서 문 대통령의 의중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