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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가상통화(=가상화폐) 대책의 해결사를 자임했다. 일관성이나 통일성 없이 잡음과 혼란만 야기하고 있는 정부 가상통화 대책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비판이 거세지자 기재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보겠다고 나선 것. 이에 따라 정부 정책에서 경제 논리가 힘을 얻으면서 가상통화 거래소 폐쇄와 같은 극단적 대책이 수면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3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 참석한 김 부총리에게 정부의 가상통화 대책이 오락가락 하고 있다는 비판이 빗발쳤고 자연스럽게 기재부와 경제부총리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애초에 가상통화 대책의 주무부처를 기재부나 금융위가 맡지 않았다는 게 이해가 안된다”며 “이 때문에 시장에 대해서 전혀 알지도 못하는 법무부 장관이 나서서 거래소 폐쇄와 같은 얘기를 해 혼란을 야기하는 결과가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경제 관료 출신인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도 이같은 문제를 지적하면서 “기재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대책을 주도하면서 관계부처와 협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도 “국민 청원이 20만건이 넘은 사안인 만큼 부총리가 상시적으로 이 문제를 책임있게 챙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기재부가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자임한 만큼 향후 정부의 가상통화 정책에 경제 논리가 강하게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김 부총리는 이날 ‘이제는 가상통화 거래소를 폐쇄하지 않는 쪽으로 가는 것이냐’는 질문에 “국무조정실에서 정부 종합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하고 있으며 어떤 대안도 배제할 순 없다”며 즉답을 피했지만 추가적인 질의가 나오자 “물론 거래소 폐쇄도 하나의 옵션으로 나와있긴 하지만 거래소를 실제 폐쇄할 경우 생길 수 있는 음성적 거래나 외화 유출 문제를 굉장히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폐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또한 그는 “표현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정부는 가상통화를 없애거나 탄압할 생각은 없다”고도 했고 가상통화 규제에 대해서도 “부정적 측면을 줄이기 위해 합리적으로 규제하겠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제 정부 대책은 가상통화 거래소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가상통화 매매에 세금을 매기는데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부총리는 “현재 전자상거래법으로 미흡하게 규제하고 있는 가상통화 취급업소(=거래소)가 가장 큰 문제인 만큼 정부내 태스크포스(TF)에서 가장 시급하게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의 경우 가상통화 거래소가 등록제로 운영되는 반면 국내에서는 27곳 거래소들이 전자상거래법상 신고제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면서 블록체인 기술을 육성하는 방안도 별도로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김 부총리는 “폐쇄형 블록체인 같은 경우는 가상통화와 분리할 수 있다고 하는 게 중론인 반면 개방형 블록체인에서는 분리하는 게 쉽지 않다고들 한다”며 “블록체인이 앞으로 4차산업혁명에서 중요한 기반기술로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만큼 필요할 경우 정부가 지원할 것이지만 여기서 파생돼 나온 가상통화가 거래되면서 생기는 부작용이나 위험요인은 없애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 때문에 정부도 매우 복잡한 심정으로 이 문제를 들여다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