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한국 클래식 음악계를 이끌고 있는 젊은 작곡가-연주자 부부가 결혼 1주년을 앞두고 한국에서 특별한 무대를 꾸민다. 작곡가 손일훈(34), 바이올리니스트 이재형(32) 부부가 그 주인공이다. 현재 독일에서 지내고 있는 두 사람은 18일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에서 열리는 마포문화재단 ‘제9회 M 클래식 축제’ 메인 콘서트에 함께 참여한다.
| ‘제9회 M 클래식축제’ 예술감독을 맡은 작곡가 손일훈(왼쪽), 18일 메인 콘서트 협연자로 출연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이재형 부부. (사진=마포문화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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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일훈 작곡가는 이번 축제 프로그램을 책임지는 예술감독, 이재형은 메인 콘서트 협연자를 맡았다. 결혼 이후 한국에서 함께 무대를 준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 최근 마포아트센터에서 만난 이들 부부는 “다가오는 20일이 결혼 1주년이다. 1주년을 앞두고 한국에서 함께 공연할 수 있게 돼 뜻깊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손일훈 작곡가는 음악과 게임을 접목한 ‘음악적 유희 시리즈’를 발표하며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이재형은 실내악단 ‘룩스 트리오’ 멤버이며 2021~22시즌부터 독일 본 베토벤 오케스트라 제2악장을 맡고 있다. 오빠 첼리스트 이호찬, 동생 비올리스트 이서현 등 남매 모두 클래식 연주자로 잘 알려져 있다. 부부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동기로 처음 만났다. 이재형의 오빠인 이호찬이 손일훈 작곡가와 절친한 친구 사이여서 두 사람 또한 서로 자연스럽게 잘 알게 됐다. 한예종 졸업 이후 각각 네덜란드와 독일에서 유학 중이던 두 사람은 2017년 연인이 됐고, 지난해 부부의 연을 맺었다.
| ‘제9회 M 클래식축제’ 예술감독을 맡은 작곡가 손일훈(오른쪽), 18일 메인 콘서트 협연자로 출연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이재형 부부. (사진=마포문화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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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와 연주자로 분야가 달라서 함께 무대를 꾸미는 기회가 많지 않았다. 대신 집에서는 서로의 음악 활동에 다양한 의견을 주고 받는 음악적 파트너다. 손일훈 작곡가는 “곡을 쓰다 막히는 부분이 있으나 아내가 여러 아이디어를 주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갇힌 사고에서 벗어나 내가 원하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형은 “연주하다 고민이 있으면 오빠에게 물어보는 편”이라며 “귀가 매우 섬세해서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어떤 바이올리니스트는 기교를 좋아하고, 흐느끼는 연주를 좋아하기도 하는데요. 이재형 바이올리니스는 고급스러운 음악적 취향을 갖고 있어요. 그리고 매우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해요. 그만큼 스트레스도 많을 거예요. 밤 늦게까지 연습하는 걸 보면 남편으로서 안쓰럽기도 해요.” (손일훈 작곡가)
“연주자 입장에서 손일훈 작곡가는 고집이 있어요. 그게 유니크하죠. 무엇보다 음악에 대해 많이 열려 있어요. 다른 사람의 음악에 대해서도 그렇죠. 이런 점이 손일훈 작곡아의 장점이에요.” (이재형)
| ‘제9회 M 클래식축제’ 예술감독을 맡은 작곡가 손일훈(왼쪽), 18일 메인 콘서트 협연자로 출연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이재형 부부. (사진=마포문화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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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의 연주는 ‘제9회 M 클래식 축제’를 위해 국내외에서 활동 중인 연주자들로 조직한 M 클래식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맡는다. 리코더 연주자 겸 지휘자 권민석의 지휘 아래 브람스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 협주곡, 말러 교향곡 제1번 ‘거인’을 선보인다. 룩스 트리오 멤버인 첼리스트 채훈선이 이재형과 함께 협연자로 나선다.
손일훈 작곡가가 브람스 작품을 선곡하면서 자연스럽게 아내인 이재형을 떠올렸다. 손일훈 작곡가는 “브람스 작품은 협연과 실내악, 교향곡의 성격을 모두 지닌 곡“이라며 “아내는 이 모든 분야를 경험해봤기에 협연자로 딱이었다”고 말했다. 이재형은 “브람스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 협주곡은 꼭 해보고 싶은 레퍼토리 중 하나였다”며 “처음 만나는 연주자들과의 협연이라 걱정도 되지만 도전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손일훈 작곡가는 다음달 5일 현대음악앙상블 소리와 함께 작품 발표회를 진행한다. 내년 초 독일에서 신작도 발표할 예정이다. 본 베토벤 오케스트라 활동으로 바쁜 시간을 보낸 이재형은 앞으로 솔리스트로서의 활동도 함께 이어갈 계획이다. 두 사람은 “결혼 전에는 함께 공연하는 것을 지양했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며 “대부분의 작곡가-연주자 커플이 그러했던 것처럼 우리 부부도 앞으로 차근차근 음악 작업을 함께 하게 될 것”이라며 웃었다.
| ‘제9회 M 클래식축제’ 예술감독을 맡은 작곡가 손일훈(오른쪽), 18일 메인 콘서트 협연자로 출연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이재형 부부. (사진=마포문화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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