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형 맛보기’로 그친 4+1선거법.. 한국당 저지 시도

23일 한국당 제외 여야 4당 패스트트랙 수정안 합의
연동형 비례대표 30석만 도입… 석패율 없던 일로
한국당 강력 저항하나 의석수에 밀려
본회의서 필리버스터·살라미 공방전 전망
  • 등록 2019-12-23 오후 9:01:37

    수정 2019-12-23 오후 9:01:37

국회 본회의 개의가 예정된 23일 오후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본회의장 앞에서 농성 중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앞을 지나 본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1년여를 끌어온 선거법 개정안이 마지막 단추만 남겼다. 여야 4당이 23일 선거법 개정안과 관련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원안에서 크게 후퇴한 안으로 타결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사법개혁안도 합의했다. 하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처리까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논란의 석패율제 없던 일로… 선거법 후퇴

‘4+1협의체’인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 그리고 대안신당은 이날 선거제와 검찰개혁법의 수정안을 공동 발의하고 합의 내용을 최종적 관철을 약속했다. 이들은 의석수를 현행과 같은 지역구 253석과 비례대표 47석으로 나누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되 최대 적용 의석수를 30석으로 제한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동률은 50%이며 지역구 낙선자를 비례대표로 부활시키는 석패율제는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즉 연동형 비례대표 30석을 도입하는 것 외에는 기존 선거법과 차이가 없다.

석패율제 도입 및 연동형 비례대표 의석 확대를 주장해온 정의당 등 소수정당은 큰 소득 없이 합의에 이르렀다. ‘맛보기’에 불과한 새 선거제도 도입에 성공한 게 위안이다. 민주당을 제외한 ‘3+1협의체’의 대표인 손학규 바른미래당·심상정 정의당·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와 유성엽 대안신당 창당준비위원장은 “국회 파행을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며 “선거법, 공수처 설치법, 검경수사권 조정안과 예산부수법안을 포함한 민생법안을 일괄 상정해 통과시키기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석패율제를 포기하기로 했다”는 합의문을 발표했다.

반면에 민주당은 ‘연동형 비례대표 캡’(30석 제한)을 고수한데 이어 지역구 감소도 방지해 내부 반란의 가능성도 잠재웠다. 정의당을 제외한 ‘4+1협의체’ 구성당들 역시 특정 지역의 지역구를 지킬 수 있는 점에 호의적이었다는 후문이다. 같은 방식으로 한국당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도 가능하다.

‘4+1협의체’는 선거법과 함께 사법개혁안도 논의를 끝낸 만큼 연내 처리를 추진하고 있다. 본회의 의결(재적 295명 기준 148명)에 필요한 의석은 이미 확보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전체는 아니지만 과반수 이상의 정치적 합의를 성탄절 전에 만들 수 있어 다행”이라며 “더 나아가 한국당까지 포함하는 합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투표용지만 1.3m” “국회의장 빠져라” … 한국당 반발

최종 처리까지는 험난하다. 원안과 비교해 크게 후퇴했으나 한국당은 여전히 강경한 입장이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협치를 당부하는 문 의장에게 ‘예산안 날치기 처리’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를 촉구했다. 이어 “원내대표끼리 논의할 테니 의장은 좀 빠져달라”는 식으로 항의한 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한국당은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행위)를 신청하고 무더기 수정안을 제출하는 등 지연작전에 들어갔다. 국회 로텐더홀에 ‘나를 밟고 가라’는 대형 천막을 깔아놓은데 이어 본회의가 시작되며 고성을 지르며 항의했다. 다만 지난 4월 ‘패스트트랙 폭력 사태’를 의식한 듯 물리적인 충돌로 이어지진 않았다. 민주당은 짧은 임시국회를 연달아 개최하는 살라미 전술(문제를 부분별로 세분화 해결)로 저지선을 뚫는다는 계획이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새 선거법을 도입한다면 전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 비꼬았다. 그는 이날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선거법이 날치기 처리되면 비례대표 의석 확보를 노리는 비례 정당이 우후죽순 생겨날 것”이라며 “100개 정당이 생긴다고 가정할 경우 투표용지의 길이는 1.3m에 이른다”고 새 선거법의 불합리성을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입장하며 참석자와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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