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당선]자동차·철강부문 중소·중견기업 피해 심각 우려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미·중 수출 감소 전망…아세안 지역서 돌파구 찾아야
해외의약품 수입제한 완화 주장…제약·바이오 시장 ‘청신호’
  • 등록 2016-11-09 오후 5:01:03

    수정 2016-11-09 오후 5:01:03

[이데일리 박철근 강경훈 기자] 미국 45대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서 국내 자동차·철강부문의 중소·중견기업 피해가 심각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반면 트럼프가 해외의약품 수입제한 완화의 필요성을 주장해 제약·바이오업계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전망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후보가 그동안 자유무역협정(FTA)의 재검토와 한·미 FTA 재협상 의사, 보호무역주의 회귀 등을 주장함에 따라 대미수출 감소가 우려된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중소·중견기업이 수출실적(1891억달러) 가운데 대미수출 비중은 12.2%(231억달러)로 중국(467억달러, 24.7%)에 이어 두번째로 큰 수출국가다. 두 나라를 제외하면 △EU(8.6%, 163억달러) △베트남(8.0%, 152억달러) △일본(7.9%, 148억달러) 등으로 수출비중이 두 자릿수를 넘는 곳이 없다.

김한수 중소기업중앙회 통상본부장은 “트럼프 당선자가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표출함에 따라 국내 기업에 대한 반덤핑, 상계관세 제소 증가 등 통상마찰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한국 정부의 환율정책에 대한 미국의 감시도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정부는 미국의 신보호무역주의에 따른 중소기업의 피해를 최소화 하는 대응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 중소기업들도 끊임없는 기술개발 등 자구노력을 통해 신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돌파구를 찾을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기청은 이날 대외경제장관회의 직후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트럼프 당선에 따른 국내 중소·중견기업계 영향을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중기청 관계자는 “우선 금융이나 환율 등 거시경제측면에 대한 예상과 대응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며 “관련 회의를 지속 개최해 업종별 예상피해와 대응방안 등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준호 중소기업연구원 연구본부장은 트럼프 당선자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할 경우 수출 중심의 국내 경제에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할 경우 다른 나라도 연쇄적으로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며 “수출 중심인 한국 경제 구조상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경제성장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대기업에 비해 외부환경 변화에 쉽게 흔들리는 중소·중견기업의 피해는 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 본부장은 특히 자동차와 철강업종의 피해가 심각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한·미 FTA 체결 이후 국내 자동차 부품 회사들의 흑자가 늘어났다”며 “자동차와 철강업종의 기업들이 특히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트럼프가 교통, 항만 등 공공인프라 투자 확대를 언급한 적이 있어 해당 분야 기업에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이마저도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는 “대미수출과 함께 대중수출규모도 일정부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베트남을 중심으로 한 아세안 지역 수출을 늘려 탈출구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반면 제약·바이오업계는 트럼프 당선이 호재로 작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공공보건 시스템 효율성 제고를 위해 해외의약품의 수입 제한을 완화해 소비자들의 약값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제약협회 관계자는 “구체적으로는 허가를 완화해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것인지 약값 자체를 인하하겠다는 것인지 알려진 것은 없다”면서도 “약가인하든 복제약 시장 진입 완화든 관련 시장은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바이오의약품의 경우 너무 비싸 한정된 사람들만 약을 쓸 수 있었다”며 “약가가 인하되면 그동안 비용 때문에 주저하던 사람들이 약을 쓸 수 있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트럼프 당선에 따른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복제약을 늘려 의료비를 낮추겠다고 해도 미국에 진출한 제약사가 거의 없는 만큼 국내 제약사의 경영과 큰 상관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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